이헌재 부총리 "기업인들 너무 몸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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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업가 정신을 타고난 사람은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다닌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처럼 휘젓고 다니는 것 같지 않다."

이헌재(사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한국CEO포럼(공동대표 김승유 하나은행장) 제3회 연례회의 초청 강연에서 소극적인 기업인들을 질책했다.

이 부총리는 "기업인들은 출자총액규제를 풀면 투자가 활발해지고 기업가 정신이 살아난다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막상 어떤 투자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분의) 선배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불태웠다"면서 "규제는 풀어나가겠지만 기업가 정신과 규제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를 '외환위기 증후군'으로 표현했다. 그는 "(기업인들이) 다시는 외환위기를 겪지 않겠다는 데 빠져 위험을 기피하고 안전 위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무역.건설보다 위험 부담이 덜한 재무.인사 부문에서 경영자가 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면서 "공격적인 전문경영인보다 '기업 관료'가 더 행세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부총리는 "2세 경영인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파이낸스(재무론)를 전공했다"면서 "재무론은 항상 리스크 관리를 하기 때문에 이들이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내년부터 간이과세대상자가 일반과세사업자로 전환할 경우 이에 따른 세금 증가분을 일정 기간 면제해 주고 세무조사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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