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원점수 VS 표준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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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우 비상에듀 입시평가실장

대학 입시에서 수능 원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대학은 없다.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수능시험 성적 통지표에 원점수는 없다. 12월 9일 발표되는 수능 성적 통지표에는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만 표시된다. 원점수는 해당 영역의 문항 중 수험생이 답을 맞춘 문항의 배점을 합한 점수다. 언어·수리·외국어(영어)영역은 각각 100점 만점, 탐구와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과목당 50점 만점이다.

따라서 언어·수리·외국어 3개 영역과 탐구영역 4과목을 모두 선택한 수험생의 원점수 만점은 500점(제2외국어/한문 제외)이 된다. 시험 후 이렇게 가채점한 성적으로 영역(과목)별 등급을 확인하고, 탐구영역 ‘우수 3과목 평균 × 2=100점’으로 환산한 후 총점 4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입시 기관에서 발표되는 배치점수와 비교, 대강의 지원 가능성을 살펴보게 된다. 그러나 실제 지원시에는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로 각 학교별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예시를 보면 언·수·외·탐 총점(탐구 우수 3과목) 원점수는 A, B, C 수험생 모두 358점(400점 만점)으로 같다. 그러나 정시모집 전형 점수인 표준점수 총점(800점 만점) 기준으로 보면‘C’ 수험생이 522점으로 가장 높다. 백분위 총점(400점 만점)기준으로 보면 ‘B’ 수험생 성적이 376점으로 제일 높다. 동일한 원점수 총점이라도 표준점수 총점 7점, 백분위총점 8점의 점수차이가 발생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각 대학의 수능 반영 영역별 비율과 가·감점 여부까지 계산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시 기관 대부분이 온라인 진학 상담을 위해 수험생의 표준점수 산출과 표준점수(백분위) 기준 지원 가능 점수를 산출해 놓았다. 이제는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진학 가능성을 점검할 때다.

표준점수는 집단의 특성을 고려해 각 개인의 원점수를 의미 있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바꾼 점수다. 원점수와 표준점수는 점수대만 이동했을 뿐 서열이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원점수로 확인한 등급과 표준점수로 확인한 등급은 일치한다. 다만 이런 점수를 조합한 총점에서는 원점수와 표준점수(백분위)의 점수 체제가 다르다. 그 결과 차이가 크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수시 1차 응시와 수시 2차 지원에서 원점수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한 것은 오판일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총점 기준 ±5점 범위로 점검했다면 무방하다. 다만, 정시모집으로 승부하려는 수험생들은 지금부터는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로 자신의 성적을 점검해야 한다. 이후 목표대학의 대학별 요강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면서 성적 발표를 기다릴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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