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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영화 '슈퍼스타감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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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슈퍼스타 감사용’에 등장하는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 앞줄 왼쪽 둘째가 주인공 감사용(이범수 분)이다.

국내에서는 스포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공포의 외인구단'정도가 예외로 꼽힌다. 그리고 승자가 아닌 패자를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영화계에서는 말한다.

'친구'로 스타덤에 오른 곽경택 감독은 권투선수 김득구의 삶을 조명한 '챔피언'을 후속 작품으로 내놓았다가 참패했다.

게다가 요즘엔 야구의 인기도 시들하다. 한창 상영 중인 영화 '가족'에서도 주인공의 동생인 초등학생이 "요즘 누가 야구를 해, 다 축구하지"라며 선물로 받은 글러브를 외면할 정도다.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게 줄어든지도 오래다.

그런 면에서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 감독)은 사회 또는 영화의 주류를 거스르는 저항이자 반항이다. 승자 중심의 역사와 승자만 화려하게 비추는 미디어에 대한 반란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우선 발상의 전환이라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의 챔피언 OB 베어스 대신 꼴찌 삼미 슈퍼스타즈를, 당시 최고 스타 박철순이 아니라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패전처리 전문 투수 감사용(이범수 분)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가 나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또 다른 매력은 사실을 기초로 했다는 데 있다.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긴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여섯번째 팀이 생겨났다. 구단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 팀에는 국가대표 출신이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왼손잡이 투수도 없었다. 그래서 삼미특수강의 직원으로 직장야구단 투수인 감사용이 파견 형식으로 이 팀에 합류했다. 그는 관중은 물론 감독이나 동료들의 관심밖에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영화에는 픽션이 가미됐다. 하이라이트인 박철순과의 선발대결. 동료 투수들이 박철순의 20연승의 제물로 전락할 것이 두려워 등판을 꺼릴 때 감사용이 당당히 마운드에 오른다. 그리고 둘 다 9회까지 완투해가며 피말리는 접전을 벌인다. 실제로 두 선수가 선발 대결을 벌인 것은 박철순의 16연승 때였으며, 7회까지 던진 감사용이 패전투수가 됐다는 사실을 아는 관객들도 가슴을 졸이며 승부의 결과를 지켜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윤동균.김우열.금광옥.양승관…. 스크린에 80년대 프로야구 스타로 분장한 배우가 속속 등장한다. 지금 보기에는 촌스럽기 짝이 없는 당시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에 열광했던 30.40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다. 감사용과 그의 어머니(김수미 분), 형(조희봉 분)이 보여주는 소시민적 가족의 모습은 관객의 가슴을 데워준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도 간간이 있다. 스테디셀러가 된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처럼 '성공한 반항'이 될 조짐이 있는 것이다. 17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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