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 개발 주역 日 SCE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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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 4일부터 시판에 들어간 소니의 새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 열풍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PS2는 지난 주말에만 98만대가 팔려 나갔다. 미처 물건을 확보하지 못한 소매상들이 아우성을 치자 소니는 6일 "공급이 달려 불편을 끼치게 돼 죄송하다" 는 사과성명까지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PS2 인터넷 주문판매 사이트를 개설했을 때에는 개설 즉시 10만여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접속, 바로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일본의 언론들은 "7천만대가 팔려나간 PS1의 기록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 라고 보도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신화의 주인공은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의 구다라기 겐(久多良木健.49.사진)사장이다.

구다라기는 1990년대초 소니와 공동으로 게임기를 개발하기로 했던 닌텐도가 단독개발 쪽으로 방향을 틀자 "내가 닌텐도를 꺾겠다" 며 당시 오가 노리오(大賀典雄)사장을 설득, 93년 SCE를 설립했다.

플레이스테이션 시리즈의 대성공으로 이제 SCE의 영업이익은 소니그룹 전체의 50%에 육박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소니에서 강조하는 '소니다움' 은 딱 질색" 이라고 말한다. 그는 평소에도 SCE의 직원들에게 "지금은 우리가 소니의 자회사이지만 소니가 우리 쪽으로 들어오는 날이 곧 올 것" 이라고 강조한다.

이번 PS2의 개발과정에서도 그는 메모리 카드를 소니가 아닌 도시바 제품을 썼다. 인터넷 판매도 소니의 온라인 판매망인 소니스타일 닷컴에서는 취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모든 것을 SCE의 독자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구다라기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업무량은 보통 사람의 3배" 라고 혀를 내두른다. 실제 그의 수면시간은 3시간에 불과하다. 회의시간에는 부하 직원을 엄하게 몰아세운다. 도청 방지를 위해 회의 장소를 극비에 붙였다가 수시간 전에 통보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구다라기는 PS1이 출시된 94년12월3일 도쿄 아키하바라에 길게 줄지어선 구매행렬을 지켜보면서 너무나 감격해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고 한다.

PS2가 출시된 지난 4일에도 그는 아키하바라의 한모퉁이에 서있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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