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평화의 새 메시지-세계문화오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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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금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5대양 6대주에 걸친 각국의 다양한 몸짓과 울림을 체험하고 있다. 뉴욕을 거쳐 서울에 상륙한 '세계문화오픈(WCO)2004'의 한마당 덕분이다.

이번 문화축전에는 40개국 163개팀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기록보다 WCO가 지향하는 목표가 더욱 소중하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없앰으로써 세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대회 정신이 시대의 요구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2년마다 열리는 WCO 문화축전은 춤과 소리를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뿐 아니라 전통무예와 심신수련, 좋은 제안 발표나 사진.영상까지 포함함으로써 각 나라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라는 세 축을 통해 다른 나라를 깊숙이 이해하자는 새로운 시도다.

현대가 겪고 있는 재앙과 불행의 상당수는 자연의 산물이 아닌 인간이 빚은 결과다. 다른 문화에 대한 무지와 편협한 생각이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간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도 세계는 테러의 처참한 상흔을 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빈번한 테러, 죽고 죽이는 끝없는 전쟁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더 강력한 무기 개발이나 정교한 공격방법에 있지 않다. 사람이나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면서 각자 정체성을 확보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축전의 장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의식의 지평을 넓힌다면 반복되는 분쟁과 갈등을 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WCO가 한국인이 중심이 돼 탄생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제 씨앗은 뿌려졌다. 앞으로 세계인의 정신적.문화적.민속적 축제로 자리 잡는다면 1896년 쿠베르탱 남작이 근대올림픽을 창설했던 것처럼 세계의 문화올림픽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데서 세계 평화의 기틀을 세우고자 한 WCO의 정신이 해를 거듭하며 더욱 굳건히 뿌리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