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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의 역사] ‘가난한 여성 수재’직업인 양성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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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여자상업고(1953년)→대구여자경영정보고(99년)→대구여자상업정보고(2004년)→대구여자상업고(2010년 예정).

대구여자상업정보고의 교명(校名) 변화다. 이 학교는 53년 개교 이후 45년간 대구여상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 이름이 두 번 바뀌었다. 내년엔 옛 이름을 되찾는다. 이 학교 배기정 교감은 “‘상업’이란 표현을 쓰기로 한 것은 명문 여상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대구 경북여자정보고와 대구 제일여자정보고도 내년에 ‘여상’으로 이름을 다시 바꾼다.

80년대 초반까지 여상은 여성 직업인을 양성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꼽혔다. 회계 업무에 필요한 ‘부기’와 ‘주산’ ‘타자’를 공부한 엘리트 여성이었다. 명문 여상에는 졸업 후 취업해 오빠나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려는 ‘가난한 수재’가 많았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여상 출신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컴퓨터가 보급되던 80년 후반부터 여상에는 정보처리과·경영정보과가 생기기 시작했다. 타자와 주산도 사라졌다. 여상은 90년대 들어 위기를 맞았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우수 학생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여상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컴퓨터 등 정보기술(IT) 교육을 강화했다. 이때 교명을 ‘○○정보고’ ‘○○경영정보고’ ‘○○인터넷고’로 바꾸는 학교가 많았다. 첨단 교육을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그러나 교명 변경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송달용(47) 교육연구관은 “여상은 실무형 여성 인력을 양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중반까지 120여 개이던 여상은 지난해 말 현재 85개로 줄어든 상태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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