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金식 지역감정 축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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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총선도 극심한 지역감정의 골로 빠지려 하고 있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가 지역감정의 원조(元祖)를 따지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역감정의 장본인이라고 직격탄을 퍼부었다. 이를 계기로 각당이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지역대결의 불길을 지피려 안간힘이다.

金명예총재가 金대통령에게 지역감정의 책임을 덮어씌운 데는, 추측컨대 양당 공조가 깨진 사연이나 민주당 선대위원장인 이인제(李仁濟)씨가 자민련의 텃밭이라 할 충남 논산에 출마한 데 대한 섭섭한 감정이 작용했을 수 있다.

또 충청도 민심을 다시 끌어모으려면 역시 반(反)DJ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극약처방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그의 발언은 "대한민국이 영.호남으로 갈린 것은 1971년 金대통령이 대통령에 입후보하고부터" 라느니 "87년 대선 때 호남에서 영남 대통령후보에게 돌을 던져 도망을 갔다" 느니 다분히 자극적이다.

우리는 金명예총재의 지역감정 자극발언이 대단히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96년 총선 직전 신한국당에서 쫓겨나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졌을 때 '충청도 핫바지론' 을 펴 충청도 표를 휩쓸어 정치적 재기에 성공했다.

그 이후 다시 97년 대선에선 호남-충청 연합전선을 구축해 공동정권을 구성했다가 다시 물러났다.

그가 충청도 유권자를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의당 지난 2년의 정치적 행적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먼저 있어야 했다. 자신의 과오는 덮어둔 채 반DJ감정을 자극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은 큰 정치인답지 못한 모습이다.

金대통령에게도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지역감정이 설령 군사정권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지역감정을 정치적 발판으로 가장 적절하게 활용해온,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가 DJ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특정고 문제를 끄집어 내고 지역감정은 안된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각종 선거에서 지역감정은 안된다는 말을 반복함으로써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나라당이 대구와 부산에서부터 필승대회를 여는 것도 이 지역의 강력한 반호남정서를 의식해서일 것이며 영남지역당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국당은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지원에나 기대고 있어 선거판이 여전히 3金 지역할거주의의 틀 속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3金씨 모두 지역감정의 공동책임자이면서 지금 와서 지역감정 원조론을 따지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국민은 본다. 3金정치의 케케묵은 유물인 지역감정을 심판하는 것은 이제 유권자들의 몫이다. 시민단체도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후보를 낙선운동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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