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 영사업무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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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에서 잇따라 발생한 한국인 상대의 각종 강력 범죄가 이슈화되자 정부가 뒤늦게 법석을 떨고 있다. 그러나 미덥지 못하다.

현지 공관의 자국민 보호 자세에서부터 외교통상부.국가정보원.경찰.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미비한 공조체제, 혼선만 거듭하는 당국의 대응으로 미루어 보아 시간이 지나면 어물쩍 종전의 타성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중국과 사전협조도 안된 상태에서 수사관 4명을 현지에 파견하겠다고 명단까지 발표했다가 비자발급이 안돼 주저앉은 경찰의 모습이라든가, 중국 공산당에 협조공한을 보냈다고 선전부터 하는 민주당의 태도 등이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불신 요인은 이 뿐만이 아니다. 도대체 상황이 이쯤에 이르도록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근본적인 반성이 있어야 한다.

중국에는 조선족 2백만명을 포함, 탈북자만도 3만명 이상이 떠돌고 있고 한해 한국인 여행객이 1백만명에 가깝다.

정부는 국내 치안이 불안한 인구 12억의 중국 땅에 베이징(北京)대사관 47명을 비롯해 상하이(上海) 총영사관에 10명, 칭다오(靑島) 영사관에 6명, 선양(瀋陽) 영사사무소에 6명을 파견해 놓고 있을 뿐이다.

현지공관은 인원이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는다. 여기에 본국 귀환을 희망하는 연 2천명이 넘는 탈북자를 챙겨야 한다고 둘러대고 있다. 그렇다면 증원과 대응체제 구축을 미리 서둘러야 했지 않은가.

설령 손이 달린다는 변명을 이해한다해도 영사관의 불친절, 고압적 자세에 대한 불만은 비단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지 교민이나 유학생은 물론 수많은 여행객이 영사관을 찾아갔다가 당한 불쾌한 사례를 외교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영사업무의 획기적 자세전환이 필요하다.

또 납치됐다 탈주한 무역업자 金모씨의 경우 담당영사의 보호자세가 어떠했는가를 분명히 따져 단호한 문책을 해야한다. 방문 고관이나 챙기고 임기를 마치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근무자세를 차제에 획기적으로 고쳐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가 팽배한 해외공관 운영에도 큰 허점이 있다. 각급 기관에서 파견된 공관원들이 자기네 보고라인을 통해 제각기 일처리를 마침으로써 우선 내부 공조조차 되지 않는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정부는 이제서야 경찰 영사인력 증원을 거론하고 24일 발효되는 '형사사법 공조조약' 등에 기대를 거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급증하는 각종 범죄 대처가 어렵다고 본다.

중국 공안당국의 능동적 협조없이는 최소한의 자국민 보호가 어려운 만큼 일본 정부의 경우처럼 우리 경찰과 중국 공안당국 본부에 상호 주재관을 파견해 초동단계부터 협조하는 적극적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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