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공룡 수도권] 2.개발소외된 인천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달 29일 19년 만에 국내 제3의 도시 인천을 방문한 재일동포 김향숙(金香淑.43)씨는 인천 거리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희뿌연 하늘에 볼품 없는 건물, 비좁고 꼬불꼬불한 도로, 건물 위로 이리저리 널려있는 전깃줄….金씨는 "일본으로 떠나기 전 보았던 인천 그대로다" 라며 안타까워했다.

인천시는 1970년대 산업화를 거치며 인천항을 중심으로 한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했었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기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시행, 적용된 84년 이후 정체의 긴 잠에 빠져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김용하(金龍河)박사는 "수도권정비법이 인천 발전을 옥죄고 있다" 며 "84년 인구 1백10만여명일 때나 2백52만여명이 거주하는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도 없다" 고 말한다.

인천은 강화군과 옹진군, 서구 검단, 연수구 송도 일부 지역을 제외한 도심 전체가 개발이 제한된 과밀억제권역이다.

金박사는 "이젠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유입도 별로 없는 등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단순히 서울 옆에 있다는 '죄' 로 가해진 지나친 규제들이 풀려야 한다" 고 강조한다.

◇ 인천 발전 막는 규제들〓1970년대 지어진 1~2층짜리 허름한 건물이 즐비한 인천 동구 화평.송림동 거리. 일부 건물들은 개보수는커녕 주인조차 나타나지 않아 폐허를 연상케 한다.

수요 부족까지 겹쳐 인천시내 10층 이상 빌딩이 20여개뿐이라면 초등학생도 깜짝 놀랄 것이다. 그나마 번듯한 빌딩은 서너개뿐이다. 인천상공회의소 엄상용(嚴常鎔)조사부장은 "이렇다보니 정보.금융 등 도시의 중추기능이 돼야할 회사들이 인천 진입을 꺼린다" 고 말한다.

또 대학 신설은 아예 금지됐고 공장.학원 등의 신.증설은 엄격히 제한된다. 용도별로는 ▶업무용 2만5천㎡ ▶판매용 1만5천㎡ ▶공장 2백㎡이상 건축물이 규제 대상이다.

지난달 9일에는 해양오염방지 명분으로 중.동구 등 8개 군.구 일부지역의 개발마저 '해양특별관리지역' 으로 족쇄가 채워졌다.

◇ 기형적 도심구조〓주안동과 가좌동에는 공장과 주택이 뒤섞여 있고 계산동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맞서 있다.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전철은 도시를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구 도심권인 동인천.제물포.주안과 신 도심권인 부평.연수간 도로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주민왕래가 쉽지 않다.

또 근시안적 도로계획으로 교차로 7백52개 중 절반 이상이 육거리.오거리.삼거리로 뚫려 있다. 교차로 주변 건물이 삼각형꼴로 세워진 것이 부지기수다.

인하대 최계운(崔啓雲.도시공학)교수는 "인천은 중앙정부의 논리에 밀려 공해공장과 쓰레기만 떠안는 서울의 변두리로 전락하고 있다" 고 지적한다.

◇ 낙제점인 삶의 질〓인천시가 지난해 12월 시민 1만2천7백여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오염과 교통난이 심각하다' 고 답했다. 대기의 경우 65%, 쓰레기 63%, 수질 58%, 소음.진동은 55%가 각각 '심각하다' 고 느끼고 있었다.

녹지면적도 전국 최하위 수준. 인천 도심 녹지비율은 25%, 전지역의 비율은 44%다. 도심 녹지비율은 서울(26%)보다 떨어지며 전체지역 녹지비율 역시 부산(49%).대구(56%).울산(66%)보다 낮다.

인천〓정영진.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