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피난시설 제 역할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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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정폭력 피해자를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피난시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시설만 덜렁 만들어 놓고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시설마다 지원되는 연간 수 천만원의 국고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폭력피해자 상담자(4만1천여명) 중 이 시설을 이용한 사람은 4.6%인 1천9백여명에 불과했다.

부산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가정폭력 관련 상담자 실태조사를 한 결과 가정폭력 피해자 5백94명 중 고작 5명만 이 시설을 이용했다.

가정폭력 발생 때 피신장소는 집안 내(1백95곳)가 가장 많았다. 적당한 피난장소를 몰라 거리를 배회했다는 피해자도 48명이나 됐다.

부산지역 가정폭력 피난시설은 해운대 성현 여성의 집과 전포동 부산 여성의 전화 등 2곳이다.

대구지역도 마찬가지. 대구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가정폭력 피해 상담자 4백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피난시설(1곳)을 이용한 사람은 28명이었다.

부산가정법률상담소 정진경 상담위원은 "가정폭력 피난시설은 1년에 3천86만원의 국비가 지원되지만 홍보부족 등으로 피해자들이 이용을 하지 않아 사실상 예산이 낭비되는 셈" 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여성정책과 서상엽씨는 "각종 여성문제 상담소 등을 통해 가정폭력 피난시설에 대한 홍보하고 있다" 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난시설은 1998년 가정폭력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같은해 7월부터 전국적으로 설립됐다.

현재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23곳이 사회복지법인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김관종.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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