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종시 기업 유치 부작용 최소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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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세종시에 행정부처 대신 기업을 유치하면서 일부 잡음이 생기고 있다. 이미 다른 지역에 가기로 돼 있던 기업까지 세종시로 끌어들인다는 비(非)충청권의 불만이다. 단기간에 기업 유치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고 서두른 결과다. 우리는 세종시에 정부 부처보다 기업 등 다른 기능을 유치하려는 정부의 방침이 옳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는 일은 없도록 신중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한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쌓는 방식으로는 세종시를 만드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지역 균형발전의 명분도 없고, 기업도시로서 효율성도 발휘할 수 없다. 또 이미 자리를 잡아 놓은 혁신도시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서울에 있는 정부 부처 대신 이전을 한다면 수도권에 들어설 기업이 들어가는 게 맞다.

다른 지역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들으면 의료 첨단도시로 지정된 대구시로 갈 업체와 김천시로 가기로 돼 있는 롯데의 맥주공장까지 세종시로 가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잡다한 기업을 끌어모아 일단 숫자나 채워 놓고 보자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세종시를 어떤 성격의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건지 개념부터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순서다.

그렇다고 기업에 압력을 넣어 강제로 내려보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장 이전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부합한다. 기업의 특성에도 맞지 않은 지역에 억지로 밀어 넣는 것은 국제 경쟁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뿐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이다.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이전을 결정할 수 있도록 토지 공급이나 세제 혜택 등 환경을 조성하는 데 그쳐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다급한 마음에 온갖 특혜를 내걸어 다른 지역에서 차별 논란이 터져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세종시에 관한 논란이 온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세종시 이외의 지역도 있고, 정부의 따뜻한 관찰과 배려가 필요한 서민들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서도 정부는 빨리 새로운 대안을 내놓아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