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휴대폰과 전쟁중'…통화막기 고육책 百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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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서관에서 휴대폰이 울리면 한달 간 출입정지에 처함' .

서강대 도서관은 최근 도서관 앞에 경고장을 붙이고 '난데족(族)' 과의 한판 전쟁에 돌입했다. 학교측은 난데족을 감시하는 아르바이트생까지 두었다.

학교측은 "요즘엔 벨이 울리면 안전한 통화를 위해 서고로 뛰어가는 '서고족' 까지 생겨나 조용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다" 고 말했다.

도서관.공연장.국회 등 공공기관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통화하는 사람들을 규제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차단장치 설치〓강력한 방해전파를 발사, 휴대폰 통화를 무력화하는 전파 차단장치를 쓰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이 장치는 현재 국회사무처.예술의전당 등 20여곳에서 설치.운용 중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두고 법에 보장된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과, 불필요한 지역의 통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 장치의 제조업체측은 "도서관.교회.공연장 등에서 끊임없이 설치 문의가 들어온다" 며 "하지만 이런 법적 문제가 해결돼야 마케팅에 적극 나설 수 있다" 고 말했다.

◇ 물리력 동원〓대학가의 경우 '휴대폰 소음 삼진아웃제' 를 도입할 정도로 묘책을 짜내고 있다. 경희대 정경대는 지난해부터 수업 중 휴대폰 소리를 울린 학생에게 1회 적발시 지각.조퇴, 3회 누적시 1일 결석 처리를 하고 있다.

법원은 재판정에서 휴대폰을 울린 방청객에게 감치명령과 과태료 부과를 통해 휴대폰 공해에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인천지법에서 방청객 2명에게 감치 3일과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지금까지 10여차례의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 양심에 호소〓종합병원.주유소 등 휴대폰 전자파로 인한 오작동 우려가 있는 곳에선 '휴대폰 사용시 사고 위험이 있습니다' 는 안내문을 부착해 이용자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하철 광고와 버스 안내방송을 통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자는 운동을 벌여왔다.

◇ 법제화 한계〓국회는 지난해 2월 휴대폰 사용 금지구역을 정해 위반시 과태료를 물리는 '휴대통신기기 사용 제한법' 을 발의했지만 통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무산된 상태다.

정보통신부도 지난해 4월.11월 두차례에 걸쳐 ▶전파차단장치 설치▶통화금지구역 내 과태료 부과▶진동모드 자동전환기의 설치 의무화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모두 백지화하고 시민의식에 의한 자율해결로 방향을 정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휴대폰 통화의 법적 규제 등은 긴급통화의 제한 등 문제의 소지가 많아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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