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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바투리그’ 챔피언에 오른 이재웅 6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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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3개국 6158명이 참여하여 5개월간 대장정을 벌였던 월드바투리그 결승에서 바둑 랭킹 53위 이재웅은 랭킹 1위 최철한을 4대2로 꺾고 우승했다. 상금은 1억5000만원. 바둑에서 못 다한 꿈을 바투에서 이뤘다. [이플레이온 제공]

바둑에선 국내 랭킹 53위의 이재웅(25·프로기사 6단)이 ‘바투’라는 신종 두뇌 전략게임에서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바둑의 최강자 이창호(8강전)와 최철한(결승)을 연파하고 바둑에서 못 이룬 꿈을 바투에서 이뤘다. 우승상금이 자그마치 1억5000만원. 역대 게임 대회에선 최대 규모 다. 18일 화제의 인물 이재웅을 만났다.

-우승을 축하한다. 최철한과의 결승전은 어땠나.

“4승2패로 이겼지만 내용은 박빙이었다. 결정판이 된 6국에서 상대의 ‘히든’에 대한 육감이 적중한 것은 행운이었다.”

-바둑에서 이창호·최철한은 최정상 기사들이다. 이들을 바투에서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바투 사이트에 들어가 하루 평균 3~6시간씩 훈련했다. 바투는 1~35레벨까지 있는데 최고 레벨의 선수들과 경기도 하고 복기도 했다. 이창호 사범이나 최철한은 그 정도 훈련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히든(Hidden)을 어떻게 보는가. 내가 둔 수를 감추는 건 좋겠지만 상대가 둔 수가 어디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경기하는 건 괴롭지 않은가.

“한 판에 단 한 번 쓸 수 있는 히든은 바투의 핵심이고 하이라이트라 생각한다. 차원 높은 히든을 쓰는 것, 그리고 상대가 어디에 히든을 썼을까 추리하는 것은 고도의 심리전이고 바투가 지닌 최고의 재미다.”

-바투의 또 다른 특징을 설명해달라.

“바투는 11줄 바둑판에서 경기한다. 각 3개의 베이스돌이 있는데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포진하고 경기가 시작되면서 공개된다. 또 판 위엔 +점(5점)과 -점(5점)이 각 4개 있다. +점은 바둑에서 가장 쓸모 없는 1선에 있고 -점은 바둑에서 가장 좋은 삼삼에 배치되어 있다. 이 같은 변수로 인해 게임 자체가 달라진다. 바둑돌 대신 마우스를 쓰는 것도 차이라면 차이다.”

-히든은 속임수이며 +, -점 등이 바둑의 본질을 훼손하고 장난스레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관점의 차이일 것이다. 바둑은 쉽게 역전이 안 되지만 바투는 바로 그런 요소 때문에 한 방 역전이 가능하다. 게임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재미있다고 볼 수도 있다. 바투는 이미 다른 게임이 된 것이다.”

-조훈현 9단은 바투가 바둑 팬을 늘려 결국 바둑을 도울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바투가 바둑 팬만 뺏어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전자게임 탓에 바둑이 유소년층에서 고전하고 있다. 어린이들이나 젊은 층엔 바둑보다는 바투가 접근성이 낫다고 본다. 한데 바투는 결국 바둑 없이는 할 수 없는 게임이다. 바둑을 모른 채 바투부터 배운 유저도 많다. 바투가 바둑의 신성함을 훼손한다고 보는 건 좀 지나치지 않을까.

-1억5000만원의 상금은 어디다 쓸 계획인가.

“아버지가 20년 해온 낡은 당구장 대신 시설 좋은 곳으로 옮겨드리고 싶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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