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벌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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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선태(1961~ ) '벌새' 부분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날개를 지우고
공중에 부동 자세로 선다
윙윙,
날개는 소리 속에 있다

벌새가
대롱 꽃의 中心(중심)에
기다란 부리를 꽂고
무아지경 꿀을 빠는 동안
꼴깍,
세계는 그만 침 넘어간다
햐아,
꽃과 새가
서로의 몸과 마음을
황홀하게 드나드는
저 눈부신 교감!
(후략)



새 중에는 벌레나 씨앗을 먹지 않고 꿀을 빠는 새가 있다. 벌새다. 꽃과 새가 몸을 섞는 눈부신 교감,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 '정(靜)과 동(動) 하나로 내통할 때 완성되는 정물화 한 점.' 마지막 연은 독자가 상상할 부분. 어쨌거나 세계가 꼴깍 침 넘어가는 시다.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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