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뷰] 벤처기업인들 속속 신흥갑부 대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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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코스닥시장을 통해 막대한 주식평가이익을 확보한 벤처기업가들이 신흥 부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24일 증권거래소와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10대 그룹 총수가 보유한 상장주식 평가금액은 2조원대로 집계됐다.

그러나 코스닥과 거래소에 상장된 벤처기업 대주주 중 주식평가금액이 많은 상위 10명의 재산을 합하면 3조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와 코스닥 열풍이 이제는 우리 나라 갑부 구도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 이젠 벤처갑부 시대〓벤처기업가 중 보유주식이 가장 많은 사람은 통신소프트웨어업체인 로커스의 김형순(39)사장이다.

19만6천원(23일 기준)짜리 로커스 주식 3백76만주를 보유한 그의 자산은 7천3백68억원에 이른다. 10대 그룹 총수 중 金사장보다 주식재산이 많은 사람은 삼성 이건희 (8천3백75억원)회장뿐이다.

벤처재산가 중 2위는 반도체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사장(40)으로 5천7백억원이 넘었다.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기업인 새롬기술의 오상수(35)사장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33)사장은 각각 5위와 7위에 올랐다.

그러나 1백%의 무상증자가 결의되고 권리락까지 마친 다음커뮤니케이션 李사장의 보유 주식은 지금의 2배로 봐야 한다. 무상증자를 받은 신주가 공식 등록되면 평가금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음달 초 1백%의 무상증자가 예정된 새롬기술의 吳사장도 비슷한 경우다. 거래소 상장기업 경영자 중에선 미래산업의 정문술(62)사장과 다우기술의 김익래(49) 회장이 포함됐다.

이들 벤처기업가 10명의 주식평가금액은 모두 1천억원이 넘었고 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1백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벤처기업 경영자는 줄잡아 30여명에 이른다.

코스닥드림으로 이룩한 부가 한두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10대 그룹 총수 중 주식평가금액이 1천억원이 넘는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 사회적 책임도 중요〓이들이 벤처기업을 일으켜 성공신화를 이룬 것은 전 사회적인 벤처붐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첨단기술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닥증권시장의 유시왕 전무는 "벤처기업들이 쉽게 돈을 벌면 과거 재벌기업들의 행태를 답습하며 돈을 낭비하기도 쉬운 법" 이라며 "수많은 투자자들이 그들의 가능성을 믿고 돈을 몰아준 만큼 새 사업을 개척하고 수익성을 올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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