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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일부 드러난 ‘불곰사업’ 커넥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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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95~98년 1차 사업을 통해 탱크(T-80U), 보병전투차량(BMP-3), 휴대용 대공미사일(이글라) 등이 러시아로부터 도입됐다.

2003~2006년 2차 사업 동안 대전차 미사일(메티스-M), 공기부양정(무레나), 탐색구조헬기(Ka-32A) 등을 추가로 들여왔다. 현재 러시아와 3차 사업 논의가 진행 중이다.

2000년 일이다. 당시 2차 사업이 논의되자 한국 군은 우리 무기체계와 맞지 않고 보급·정비 문제점을 들며 러시아제 무기의 추가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그해 8월 28일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다 죽어가던 불곰사업이 다시 살아났다.

그 배경에 대해서 말이 많았다. 러시아제 무기 도입을 둘러싼 검은 커넥션이 검찰 수사로 일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은 18일 무기 중개업체인 일광공영의 이모(59) 대표이사를 조세포탈·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2000년 6월 재미동포 윤모씨로부터 ‘10년 후 상환’조건으로 1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뒤 불곰사업 무기중개 사업으로부터 나온 이익 중 3분의 2를 윤씨에게 주기로 계약했다. 윤씨는 같은 재미동포인 조풍언씨와 함께 이름난 무기중개상이다.

이씨 등은 제2차 불곰사업 과정에서 대전차미사일 메티스-M과 공기부양정 무레나 등 3억1000여만 달러어치의 러시아 무기도입을 중개했다. 이 대가로 러시아 무기회사인 KBP와 ROE로부터 커미션으로 2380여만 달러를 받았다. 여기엔 아직 시작이 안 된 3차 사업 착수금조로 1000만 달러가 포함됐다. 이 2380만 달러 중 3분 1인 790여만 달러를 당초 약정대로 일광공영 측이 챙겼다.

비밀스러운 무기중개 사업에서 커미션 액수가 드러난 것은 흔치 않다.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은 “군 무기도입 사업에서 리베이트(커미션) 관행만 없어져도 방위력 개선비 20% 정도 줄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바 있다.

불곰사업은 원래 ‘정부 대 정부 사업’으로 무기중개 업체가 개입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일광공영은 중개 커미션을 받아간 것이다. 당시 러시아 무기업체들은 국방예산 삭감으로 어려운 상태였다. 이 때문에 불곰사업에 목을 맸다. 익명을 요구한 무기중개 업계 관계자는 “군이 도입 무기를 지정해야 하는데 러시아 무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일광공영과 같은 중개업체가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로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당시 정권 실세와 친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결과 이씨는 일광공영 몫의 커미션을 윤씨 소유의 미국법인이 베트남 무기중개사업 명목으로 받은 것처럼 위장했다. 이를 신고할 경우 ‘정부 대 정부 사업에 민간 중개업체가 끼었다’며 파장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씨는 리베이트를 서울 돈암동 D교회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일광공영 사무실은 D교회 교육관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03~2008년 12억6000여만원의 조세를 포탈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3년 2월~2006년 5월 회사 돈 46억여원을 빼내 대출 담보물이나 약정 없이 D교회에 빌려주거나 부동산을 사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6월 30일 일광공영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한국형 공격헬기(KAH) 사업 등 각종 군기밀 서류를 확보했다. 검찰은 군 검찰과 협조해 군사기밀 유출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씨가 로비를 위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유력인사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씨가 카리브해 연안의 조세도피처인 바베이도스로 돈을 송금한 정황을 확보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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