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오바마 ‘녹색 부양책’ 덕 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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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멀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경기침체로 GE의 실적이 악화됐고, 지난해 4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1938년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줄였다. 53년 만에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잃은 것도 올해 일어난 일이다. 세계적인 초우량기업 GE를 진두지휘하는 CEO로선 한마디로 굴욕이었다.

이멀트 회장이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 찾기에 분주하다. 우선 정부의 경기부양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익을 늘리고, 중국의 항공산업 등 신성장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경기부양책 덕에 숨통=흔들리던 GE에 숨통을 틔워준 것은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다. 미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인프라 구축, 에너지 사업 등에 돈을 쏟아 부으면서 관련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GE가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GE의 주력 사업 중에는 발전설비·기계처럼 기간산업과 관련된 분야가 많다.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풍력발전 터빈, 대량 수송 제품들도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신규 주문이 늘어날 수 있는 분야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50억 달러 정도의 예산이 GE와 관련된 사업에 배정됐다고 추산했다.

미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맞춰 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GE는 최근 풍력발전 설비 확장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콜로라도에 태양광 발전설비의 시험 생산라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중국 항공기 사업에 진출=중국의 민간 항공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중국의 항공산업이 발전 가능성이 크다지만, 아직 기술발전이 더딘 탓에 이번 투자는 도박으로 평가받고 있다.

GE는 16일 중국항공산업공사(AVIC)와 항공기 부품을 개발·공급하는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했다. AVIC는 여객기를 만드는 중국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의 자회사다. COMAC은 보잉 ‘B737’과 에어버스 ‘A320’에 대적할 여객기 ‘C919’를 2016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GE가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국의 항공산업이 미국의 라이벌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항공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시각이 많다. WSJ는 “10년 뒤 중국의 항공기 수요는 현재의 다섯 배인 4000여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에서 중국산 비행기를 구매할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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