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이창호-조선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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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갈길 바쁜 조9단 117수서 최후의 패착

제7보 (110~144)〓사람들은 흔히 '자신감' 이란 단어를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아마추어적인 단어라는 것이다. 또 자신감이란 실력만 있으면 저절로 갖춰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판의 조선진9단은 실력있는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창호라는 강적을 만나자 예상외로 허둥대고 있다.

자신의 실수를 지나치게 자책하고 형세가 나쁘지 않은데도 비관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이같은 마음이 실수에 실수를 불러 이젠 진짜로 나빠졌다. 덤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이창호9단은 무수한 역전승을 이뤄냈다. 趙9단은 그러나 마음이 급해 또다시 117이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고 만다. 이 수가 최후의 패착이 됐다.

118이 흑의 과속을 응징하는 조용한 강수. 흑120은 백119로 끊어 그만이다. 부득이 119로 후퇴했으나 122까지 한점이 잡혀버렸다. 작은 한점이지만 이것이 백의 완생을 보장하면서 흑의 패배는 확연해졌다.

117로는 '참고도' 흑1이 정수였다. 백은 2~6까지 양쪽을 살리게 되고 흑은 A를 선수한 다음 B로 끊게 될 것이다. 이것은 흑이 약간 부족한 대로 백도 좌변이 엷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바둑이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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