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펀드 할 만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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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SEI에셋운용이 씨티은행 창구에서 팔아온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1.9%에 달한다. 배당을 많이 하는 고배당 우량주에 집중 투자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EI에셋운용은 지난 3일 이 펀드의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펀드 설정 이후 처음이다.

이 회사 진병훈 마케팅 이사는"신규 고객들에게 지금과 같은 고수익을 올려주기가 어렵고, 기존 고객들의 수익률을 관리해주기 위해 고민 끝에 판매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10일부터 신상품인 '3억 만들기 배당주식 펀드'를 전국 지점에서 판매한다. 매달 조금씩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미래에셋 측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황에서 배당펀드 투자는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배당펀드 판매 급증=배당펀드인 SEI에셋의 세이고배당밸런스드60주식혼합 펀드는 7월 말 이후 한 달 만에 691억원을 팔았다. LG운용의 LG배당주식혼합1 펀드도 310억원을 팔았다. 최근 주식 직접투자나 다른 주식형펀드가 외면받는 것과는 달리 배당펀드들의 설정액은 7월 말 4350억원에서 8일 현재 6002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는 1% 오르는 데 그치고 있지만, 배당펀드 중엔 연초 이후 수익률이 은행 예금금리를 훨씬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가입 늦지 않았나=배당펀드들은 대개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것)이 5% 이상인 종목들에 투자한다. 이에 따라 주가가 낮았을 때 배당펀드에 들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거두고, 배당도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하지만 주가가 너무 올랐을 때 배당펀드에 가입했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배당수익률도 낮아지고 그나마 주가 하락분만큼 까먹을 수도 있다.

증권업계의 견해는 대체로 아직은 배당펀드 투자가 유효하다는 쪽이다.

SEI에셋운용의 진 이사는 "지금 주가 수준에서도 5%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고배당 종목들이 꽤 있다"면서 "개별 펀드 입장에선 종목별 투자한도가 있어 펀드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사정도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판매 여유가 있는 펀드를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고배당 종목들은 대개 성숙기에 들어선 기업들이라서 주가 변동성도 크지않은 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이재순 팀장은 "고배당 종목들은 상승기엔 주가가 덜 오르고 하락기엔 덜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배당펀드 투자는 아직 늦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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