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아티스트 이희의 헤어 이야기<2>

중앙일보

입력


영화·드라마·광고에 등장하는- 특히 헤어제품 광고모델의 머릿결은 눈부실 정도로 반짝이고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것처럼 탄력이 넘친다. 이런 머릿결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촬영 일주일 전부터 집중관리를 받아야 한다. 헤어제품의 광고촬영을 앞두고 나에게 모발관리를 받은 여자 연예인들이 다른 곳과 스타일이 다르다는 말을 종종 한다. 바로 ‘샴푸’ 때문이다. “원장님은 스타일링 제품보다 샴푸가 더 많은 거 같아요. 무슨 샴푸 종류가 이렇게 많아요?” 매번 다른 샴푸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건네는 말이다. 맞다. 나는 어떤 헤어제품보다 샴푸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이는 오랜 경험에서 얻은 나의 헤어 비법 제1원칙이다.

햇병아리 헤어 디자이너 시절엔 ‘무조건 비싼 제품으로 영양을 듬뿍 주라’는 선배들의 말을 충실히 따랐다. 샴푸도 무조건 비싼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촬영 현장에 가보면 상황은 달랐다. 스튜디오에서의 강한 조명과 건조함, 야외 촬영지에서의 자외선과 기온, 바닷가 소금기와 강한 바람은 물론, 그날 그날 스타의 건강이나 기분에 따라 두피와 모발 상태가 수시로 달라졌다. 어떤날은 두피가 끈적하고 기름졌다가 또 어떤 날은 묵은 각질이 일어나고 심하게 가려워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종류의 샴푸를 준비하게 됐다. 연예인 개개인에 맞춰 종류별로 덜어내 준비한 다음, 상황에 맞춰 사용하는 일종의 ‘샴푸 제조사’가 되기도 했다. 두피와 헤어 컨디션에 따라 제품을 달리 사용하는 ‘퍼스널 샴푸’를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에 샴푸가 첫선을 보인 지 30년 쯤 지났다. 도깨비시장에서 살 수 있었던 ‘미제 샴푸’를 대신해 생산된 국산 샴푸는‘유니나’ 였다. 그때는 이름처럼 비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윤기와 날아갈 듯 은은한 향기로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그렇게 ‘샴푸 하나’면 되던 원스텝 샴푸 세상이 많이 변했다. ‘모발 타입 샴푸’‘두피 샴푸’를 거쳐 ‘두피 타입샴푸’로까지 발전하더니 이제는 두피 리듬에 따라 샴푸를 골라 사용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 또 어떤 새로운 샴푸가 우리를 사로잡을 지 알 수 없지만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헤어 관리의 시작은 샴푸라는 것.


이희는…
‘스타 헤어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22년 경력의 헤어 아티스트로, 이영애·전도연·고현정 등 인기 여배우들의 헤어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