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노인 돌보는 '주부천사' 차명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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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4일 낮 12시 30분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세아1차아파트 101동606호.

33평 짜리 이 아파트의 거실에서는 66세부터 92세까지의 할머니 10명이 둘러앉아 환한 표정으로 정담을 나누고 있다.

그러는 동안 집주인 차명자(車明子.48.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씨는 사과를 깍아 노인들에게 권하기 바쁘다.

병환으로 걷지 못하는 92세된 최고령 할머니가 "용변이 마렵다" 고 하자 車씨는 금방 할머니를 업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어 주방으로 가 우거지 된장국을 끓이고 콩나물 무침.멸치볶음 등 6가지의 반찬을 맛깔스럽게 만들어 할머니들에게 점심상을 올렸다.

車씨가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해 이같은 봉사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3천4백만원의 은행빚까지 얻어 이 아파트를 구입한 지난해 4월부터.

이영애(李英愛.70)할머니는 "친어머니처럼 노인네들을 모시며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정을 베풀어주는 車씨가 친딸로 느껴진다" 며 좋아했다.

승용차로 15분 거리인 집에는 낮시간에 짬을 내 잠시 들러 반찬을 만들고 밀린 일거리를 처리한다.

한달에 들어가는 운영비는 2백60여만원 정도. 車씨는 이를 4년전부터 주로 전화로 영업하는 보험설계사 수입과 회사원인 딸(24)이 건네주는 약간의 돈으로 충당한다.

나머지는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車씨는 "집안 일에 소홀한 점이 많은데도 격려해주는 가족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며 "다만 운영비가 빠듯해 좀더 잘해드리지 못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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