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조선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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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黑, 어정쩡한 공격뒤 실리 좇다 힘만 빠져

제6보 (88~109)〓쓰라린 회돌이에 이은 흑▲의 자살수. 趙9단의 마음은 이 두번의 어이없는 실패로 산산이 부서졌다.

이창호라는 강적을 상대로 한판 잘 두어보고자 팽팽하게 솟아올랐던 그의 투혼은 어느덧 끊어진 연줄처럼 힘없이 풀려버렸다.

"실제로는 아직도 먼 승부입니다" 라고 이 판의 해설자 홍태선8단은 말한다. 상변 백집은 40집 강. 우변은 흑 '가' 로 조여붙이면 5집. 그래서 덤까지 하면 백은 확정가가 50집이 된다.

흑은 좌상이 10집, 우상이 15집, 우하가 20집으로 약 45집. 산술적으로는 다섯집 이상이 부족하지만 하변에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다 사방이 두텁다. 끝내기의 어느 시점에서 '나' 로 끊기만해도 계산이 확 달라진다.

그러나 趙9단은 잇따른 실패에 상심해 국면을 지나치게 비관하고 있었고 그것이 또다른 실수의 원인이 됐다.

88, 90으로 수습에 나섰을 때 스스로 두점머리를 얻어맞은 91이 아주 이상했다. 趙9단은 공격 아니면 살길이 없다고 본 것이지만 너무나 궁한 속수였던 것이다.

평범하게 '참고도' 흑1로 지키고 백2면 3으로 걸쳐 좌변을 키우는 게 좋았다. 백이 3에 두면 그때는 A로 급소를 두드려 좀더 신랄하고 시원하게 공격한다.

중앙도 커진다. 실전에선 92가 안성맞춤. 흑은 자세를 잡지 못하고 97까지 어정쩡하게 나아가다 도저히 공격이 안되자 101로 실리를 추구했으나 오히려 이 바람에 돌들의 힘은 무척 약해졌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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