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성 생각 바꿔 출산율 높인다는데 다른 묘안 없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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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아이디어, 해당 기관에 전달합니다=오늘부터 새로 선보이는 고정물입니다. 독자들과 기자들이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독자들은 e-메일과 인터넷 댓글을 통해 정부와 기자에게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 아이디어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채택된 독자 목소리는 정부기관에 공식 건의하고, 향후 기사로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아래 사진은 지하철을 타면 볼 수 있는 보건복지가족부의 저출산 캠페인 포스터입니다. 장난감을 땅에 던져 놓은 채 혼자 울고 있는 어린아이 옆에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세 명의 아이를 대비시켰네요.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라는 문구도 써 있습니다. 한마디로 부모들에게 “당신의 아이가 외로워서 만날 울지 않게 하려면 애를 많이 낳으라”는 겁니다.

복지부에서 저출산 정책을 담당하는 강민규 고령사회정책과장은 “이 포스터를 보고 둘째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반응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제 주변에는 이 포스터를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외둥이를 둔 ‘워킹맘’들이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평소 아이와 함께 할 수 없어 맘이 편치 않았는데 이 포스터가 엄마들의 죄의식을 더욱 부추긴다는 거죠. 죄책감 때문에 아이 하나 더 낳겠다는 워킹맘은 없었지만요. 아이 하나 더 낳는 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요. 하지만 엄마들의 죄의식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만으로 이 캠페인은 이미 성공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노린 게 바로 기혼 여성들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19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1.1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저출산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묵인해온 불법 낙태에 단속의 칼을 들이대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복지부는 저출산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진단하면서도 주요한 원인을 여성들의 가치관 변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혼 여성 비율이 1997년 열 명 중 아홉 명에서 2005년엔 여섯 명으로 뚝 떨어진 것을 근거로 댑니다.

복지부 이상영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장은 “여성들의 가치관 변화 없이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성들의 가치관을 바꾸면 출산율이 올라갈까요. 아니면 더 좋은 저출산 극복 아이디어가 있으신지요.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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