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마라톤] 이봉주, 47초 빠른 이누부시와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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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국마라톤의 간판' 이봉주(30)가 오는 13일 도쿄마라톤대회에 출전, 일본의 호프 이누부시 다카유키(28)와 숙명의 레이스를 펼친다.

이누부시는 지난해 베를린마라톤대회에서 2시간6분57초로 2위를 기록, 일약 일본의 간판으로 급부상한 마라토너. 그는 아시아 최고기록이자 이번 대회 참가자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998년 이봉주가 로테르담대회에서 세운 2시간7분44초보다 47초나 앞서 있다.

1m70㎝.58㎏의 체격으로 후반 레이스에 강한 이누부시는 95년 2시간25분대를 기록하며 마라톤에 데뷔한 뒤 지난해 도쿄마라톤대회에서도 2시간12분20초를 기록했던 평범한 마라토너였다.

그러나 그후 출전한 베를린대회에서 무려 6분여를 앞당겨 일본열도를 들끓게 했다. 어느날 갑자기 일본 마라톤의 희망이 된 것이다.

이번 도쿄대회는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할 3명의 일본대표를 뽑는 선발전까지 겸하고 있다. 이누부시는 기록경신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고 내친김에 올림픽에까지 출전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일을 대표하는 이봉주와 이누부시의 맞대결은 이번 도쿄대회가 처음이다. 기록상으로는 이봉주가 뒤지지만 관록면에서는 李가 한발 앞서 있다.

이누부시가 여지껏 우승을 못해본 미완의 대기라면 이봉주는 21차례의 완주경험에서 뿜어져 나오는 관록을 자랑한다. 게다가 이봉주는 지난해 코오롱 사태 이후 홀로서기를 해와 강인한 정신력까지 갖췄다.

기록의 이누부시, 관록과 투지의 이봉주. 전문가들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와 모리시타 고이치가 펼친 멋진 승부가 재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봉주는 "이번 도쿄대회에 8분대 이내의 기록을 보유한 선수가 이누부시.자프게트 코스게이(케냐.2시간7분9초) 등 9명에 이른다.

약간 부담은 되지만 지난 3개월 동안 공을 많이 들인 만큼 좋은 기록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발목 부상도 깨끗이 치유돼 컨디션은 나무랄 데가 없다고 한다.

이봉주로선 도쿄대회 성적이 곧 시드니 출전권을 획득하는 관건이 되고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따라서 더욱 우승을 놓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지는 태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 코오롱을 함께 사직한 4명의 후배들과 함께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팀으로 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봉주는 지난 7일부터 식이요법에 들어갔으며 10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한편 도쿄대회에는 2시간10분7초의 기록을 갖고 있는 백승도(32.한전)도 함께 출전, 시드니 출전을 향한 노장의 투혼을 불사를 전망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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