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처리 3당 이모저모] 의총·당직회의 종일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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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3당은 8일 선거법 처리를 둘러싸고 분주하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자민련 이긍규(李肯珪).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 등은 협상에서 기존 당론을 고집했다. 3당은 각각 두차례의 의원총회와 고위당직자회의를 시간대별로 거듭했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 처리해야 한다" 는 고민에 스스로 휩싸였다.

◇ 총무협상과 막후접촉〓3당총무들은 오전과 오후 막판 절충을 계속했다. 하지만 핵심쟁점인 의원정수 감축안과 비례대표 선출방식에 대한 자민련의 당론이 표류해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朴총무는 오전 총무접촉을 마친 뒤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사실상 의견이 접근했다" 고 말했다. 민주당이 석패(惜敗)율.2중등록제를 철회하는 대신 한나라당이 1인2표제(유권자가 후보자와 정당에 1표씩 투표하는 방식)를 수용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를 보고받은 즉시 거부했다. 군소정당을 난립시킬 수 있다는 게 반?이유였다.

게다가 인구 상.하한선 문제는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특히 자민련 지도부가 인구 상.하한선 문제는 민주당안을, 비례대표 선출방식은 한나라당안을 지지하기로 지침을 내렸지만 당론이 명확하지 않았다.

김종필 명예총재의 최종결심을 듣지 못한데다 현행 선거법에 대한 광범위한 선호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朴총무는 자민련 李총무와 별도의 2여(與)회담을 벌였지만 李총무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총장은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총장과 만나기로 했다" 며 "연합공천 문제도 얘기할 것" 이라고 물밑접촉을 시사했다.

◇ 3당 의원총회〓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어제 잠을 한시간밖에 못잤다.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표결상황이 오면 당의 명령을 따라 달라" 고 주문했다.

朴총무는 "1인2표제는 합의처리되고 선거구 획정문제는 표결 가능성이 크다" 고 보고했다. 김운환(부산 해운대-기장갑)의원이 "석패율제를 양보하면 곤란하다" 고 반발했지만 朴총무는 "그것은 안되겠다" 고 삭제방침을 공개 천명.

의원들은 대부분 "선거법은 가능한 한 합의처리돼야 한다" 고 말해 속으로는 의원정수 감축에 거부의사를 보였고, 일부 호남의원들은 '대폭 물갈이설' 에 반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자민련 의총에선 선거법 수정안 검토소위를 구성키로 뒤늦게 결정하는 등 '시간끌기' 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소위에선 자민련이 독자안을 제출할지 여부와 내용을 결정키로 했는데 "선거법을 이날 처리해야 한다" 는 데 대한 이견은 없었다.

충청권 의원들은 민주당의 9만~35만명 안과 한나라당의 1인1표제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민주당의 연합공천 유혹에 넘어가면 안된다" (李麟求의원), "공조가 물건너갔는데 연합공천 얘기는 더 이상 말자" (具天書의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태섭(李台燮)부총재.이상현(李相鉉)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은 "1인2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며 "양보의 대가로 9만~31만명 안을 수용하자" 는 등 난상토론이 계속됐다.

한나라당 李총무는 "자민련의 당론이 확정될 때까지 협상이 진전될 수 없는 상황" 이라며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이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안에 동조하는 만큼 각자 득표활동에 나서 달라" 고 주문.

◇ 전자투표 논란〓표결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거셌다. 한나라당은 여당내 통합 및 조정대상 지역구 의원의 '반란표' 에 기대를 걸었다. 그래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은 "표결방법에 대해서는 국회법에 기립표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며 전자투표를 고집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2개의 수정안(9만~31만명.1인1표)을 낸 탓에 선거법 표대결은 국회 사상 처음으로 '문제 조항별 표결' 양상으로 치달았다.

최상연.김정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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