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전후 베이비붐 세대 정년 태풍 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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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지난 3분기 가계 실질소득 감소(전년 동기비 -3.3%)에서 보듯 경제 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고, 이번 겨울 나기에 걱정이 큰 분들이 많아졌을 게다. 늘 그래야겠지만 올겨울 따뜻한 손길이 더욱 절실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도 봄은 몇 달 뒤 우리 곁을 찾아올 터이고 내년 2분기, 봄소식과 함께 세계 경기도 보다 분명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다수의 예측은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추위가 내년부터 이 나라를 엄습할 조짐이다. 일부 비관론자들이 말하듯, 반짝 경기 회복 후 또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얘기가 아니다. 외려 더 구조적이며 그 영향도 장기적일 수밖에 없는 문제, 고령화와 그 핵심 중 하나인 정년 얘기다. 우리 기업의 정년은 대체적으로 55세로 되어 있다. 한국전쟁 후 인구가 급증하던 시기가 있었다. 대체로 1955년부터 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이른바 1차 베이비붐 세대로 부른다.

이들의 정년 퇴직이 시작되는 해가 바로 내년이다. 물론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나오고, 한 민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평균 퇴직 연령이 52.3세일 정도로 고용 현실이 팍팍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정년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에게 그 정년이 내년부터 닥치는 것이다. 그리고 기대 여명(餘命)은 갈수록 늘고 있다.

정년 퇴직 문제는 곧바로 노후 문제로 이어진다. 노후 문제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어떤 형태든 대책의 핵심은 결국 돈이다.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강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핵심을 갖추었거나, 최소한 갖출 태세가 되어 있느냐는 거다. 정부의 대응이나 기업의 관심, 나아가 개인의 마음가짐까지 그렇다고 말하기는 너무나 미흡하다.

연금 수급구조든, 기업 정년제도든, 노후를 위한 개인의 생애설계든, 서로가 어찌어찌 되겠지 하는 식이다. 지난달 50·60대 취업자 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일에서 아주 손을 놓는 연령도 우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고령자 취업의 용이함을 말하는 게 아니라 노후 문제에 대한 미흡한 대비를 드러낼 뿐이다. 이런 준비 부족은 출산율 저하와 필연적으로 맞물리며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풀 문제는 많고 시간은 촉박하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도래는 머잖아 닥쳐올 노령화 사회의 음울한 전주곡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서로 미루지 않고 모두가 책임을 나누는 구조적 틀을 구축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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