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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심사기준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기업의 핵심 역량이 제조업 중심에서 디지털 산업으로 옮겨짐에 따라 특허 시장에서도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특허의 보유 건수와 질(質)은 21세기 국가 경쟁력에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인터넷 붐에 따라 출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주요 인터넷 특허를 선점한 외국 기업과의 힘든 싸움도 예고되는 형국이다.

◇ 급증하는 인터넷 출원〓인터넷 관련 발명은 지난 한해 1천2백건 정도가 출원된 것으로 특허청은 추정하고 있다.

인터넷 관련 발명의 폭이 워낙 넓어 집계가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대략 컴퓨터.통신 등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에 비즈니스 모델까지도 인터넷 특허로 인정되는 추세다.

인터넷 기술 중 가장 시장이 넓다는 전자상거래의 경우 지난해 4백63건이 출원돼 그 이전 5년분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들 출원 기술이 모두 등록된다는 보장은 없다.

특허청 이은철 심사관은 "이미 출원된 국내외 기술과 유사한 것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등록된 인터넷 기술의 질도 아직 우수한 형편은 못된다.

일부 텔레뱅킹 기술이나 현금유통시스템 기술 등은 통신에 주로 의존했지만 최근 인터넷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그리 쓸모있는 기술이 못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가다.

◇ 외국의 인터넷 특허 분쟁 '강건너 불' 만은 아니다〓한국에 1~2년 앞서 인터넷 특허가 쏟아져나온 미국의 경우 날로 인터넷 특허 분쟁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의 역경매와 관련,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프라이스라인사 간에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역경매란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제품의 가격과 특정 사양을 정하고 경매를 내는 방식. 이같은 역경매 방식은 프라이스라인사가 먼저 특허 등록했으나 MS는 투숙객이 호텔측에 방값을 제시하는 서비스를 앞서 시작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사는 마우스 한번 눌러 주문을 끝내는 자사의 '원 클릭' 특허를 반스앤노블사가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 중이다.

미국 최대의 출판사의 하나인 반스앤노블측은 원 클릭 개념이 기존에도 있었다며 무효소송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또 영국에서는 인터넷상의 링크(link)문제를 놓고 셰틀랜드라는 신문사와 윌스라는 사람이 맞붙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1997년 미국의 시티은행과 일본 금융권간에 금융자동화시스템을 놓고 분쟁이 일어났다.

시티은행이 개발한 이 시스템에 대한 특허 등록은 일단 취소됐으나 시티뱅크측이 이에 불복, 도쿄(東京)고등법원에 항소심을 내 현재 계류 중이다.

특허청은 인터넷을 이용한 특허의 경우 포괄적으로 보면 비슷한 개념을 이용한 특허 등이 적지 않아 국내에서도 분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인터넷 특허가 출원 초창기인 셈이어서 아직 분쟁사례는 없지만 등록이 본격화되는 내년부터는 분쟁이 빈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국가별로 인터넷 특허 심사 기준이 다른가〓인터넷 특허라는 사실상 새로운 개념의 특허가 등장하자 적지않은 회사.민원인들이 이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한 변리사는 "미국의 경우 뮤추얼펀드 운영방식 등도 특허로 받아주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예를 찾기 힘들다" 고 말했다.

특허청은 이에 대해 98년 8월 개정한 '컴퓨터 관련 발명의 심사기준' 에 따라 미국.일본 등과 똑같은 기준으로 심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허청 심사4국 송봉식 국장은 "영업방식 하나만으로 특허를 내주기는 곤란하다" 며 "영업방식(비즈니스 모델)이 컴퓨터.통신.인터넷 기술 등의 기초기술과 결합할 때는 얼마든지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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