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구 손수 만들기]주부 조은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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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주부 조은지(32.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의 집을 방문해 본 사람들은 십중팔구 입을 다물지 못한다.

수입가구처럼 멋진 비디오장을 보고는 대개 "저거 어디서 사셨어요?" 하고 묻게 되는데 이내 "제가 만들었는데요" 라는 대답을 듣기 때문. ' "그럼 그 옆의 TV받침장은요?" 라는 질문에도 역시 대답은 '제가 만들었는데요' 다.

뿐만 아니다. 식탁.의자.시계.장식 거울.티슈 케이스.상.냄비받침.빵그릇 등 줄줄이 나오는 살림살이들이 모두 조씨가 직접 만들었거나 리폼해 새 것같이 만든 것들이다.

그렇다고 조씨가 인테리어를 전공했다거나 혹은 인테리어 분야의 직장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조씨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95년 결혼, 지영(4).혜림(2)두딸을 두고있는 평범한 주부. 문화센터 관련 강좌를 수년간 수강한 골수 문화센터 학생(□)도 아니다.

"제가 원하는 모양대로 직접 소품 가구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그런데 마땅하게 그런 것을 가르치는 곳이 없었어요. 그래서 소품 가구 만드는 법이 나와있는 여성지들을 참고하고, 직접 재료상에 찾아가 제작법을 물어가며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했지요"

실제 조씨가 만든 TV받침장이나 비디오장은 데코파쥬 기법으로 장식한 MDF(톱밥을 눌러 나무판처럼 만든 것)재질의 값싼 가구다. 제작비가 모두 20여만원도 안들었다.

그러나 명화가 전면에 장식된 고풍스런 바로크형 디자인에, 황금색 곡선형 다리가 붙어있고 손잡이도 멋들어져 언뜻보면 영락없는 수입가구 같다.

이런 멋진 TV받침장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조씨는 먼저 설계도를 그려 서울 홍익대학교 앞 목공예소에 맡겼다. 물론 전문 설계도처럼 치밀하게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사이즈와 서랍 위치.여닫이 위치 등을 대강 알려주는 정도의 설계도다. 홍익대학교 앞에는 나모.대동목공소.현대목공소와 같은 MDF전문 목공예소가 밀집해 있는데 이중 한곳을 골라 의뢰하면 된다. 10만원 안팎의 값이면 원하는 대로 예쁘게 만들어 준다.

다음에는 남대문시장 옛 시경 지하상가에 밀집해있는 데코파쥬 공예 재료 상점을 찾는다. 여기서 가구에 붙일 명화그림과 칠하는데 쓰는 특수물감.실러(코팅제).니스(바니시)등을 산다. 그림은 개당 1천5백원에서 2천원선. 물감은 한통에 8천원선이다.

이후 발길을 돌린 곳이 을지로 3가 건축자재 판매 거리. TV받침장에 붙일 다리와 손잡이는 이곳에서 구입했는데 다리는 개당 9천원, 손잡이는 개당 3천원 값으로 손에 넣었다.

그 다음부터는 사포질을 하고, 칠을 하고, 그림을 붙이는 등 본격적으로 조씨의 노동력을 투입해 가구 하나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조씨의 '만들기 솜씨' 는 주변에도 소문이 나서 최근에는 이웃들에게 직접 티슈케이스.빵그릇 등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한창 엄마에게 달라붙을 나이의 아이들을 두고 어떻게 작품들을 만들었는지 궁금한데 조씨는 "아이들이 잠들었을 때 사포질도 하고 칠도 했다" 고 말한다.

물감이나 바니쉬 모두 냄새도 나지않고 금방 마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칠작업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남편 이상기(31)씨도 "시계는 결혼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좋겠다" 며 여러개 만들어 두라고 독려(?)할 정도.

"주부들이 공예하면 겁부터 내지만 소품 같은 경우 한시간이면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는 조씨는 "진력이 나는 살림도구들을 한번 리폼하거나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이라고 권한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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