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야마다기미오-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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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싸움 싫어하는 이 9단에 싸움걸다 패착

총보 (1~143)〓야마다7단은 김승준6단과 유창혁9단을 제압하고 준결승까지 진출했지만 결국 이창호9단에게 꺾였다. 그러나 이창호도 야마다에게 꽤 고전했다.

뭔가 한가지를 잘한다는 것은 굉장한 무기다. 야마다는 수비와 타개에 강해 공격의 유창혁을 부러뜨릴 수 있었다. 李9단도 수비에 능한 기사여서 이 두 사람의 대결은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 궁금했다. 이창호라 해도 자칫 공격에 나선다면 불행을 맞을지 모른다는 예감이 있었다.

그런데 야마다는 처음부터 실리를 집중적으로 취해 공격을 싫어하는 이창호로 하여금 공격에 나서도록 만들었으니 전략적으로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 장면이 흑51이고 이 때가 바로 이 판의 하이라이트다.

야마다는 그냥 잇는 것은 굴복이라 느끼고 52로 반발했는데 신기하게도 이 수가 패착이 되고 마는 것이다.

'참고도' 를 보자. 그냥 백1로 잇고 7까지 진행됐더라면 흑의 공격은 난관에 봉착했을 것이다.

기풍에는 상극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바둑에서도 상대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상대가 바뀔 때마다 스타일을 바꾸는 것도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둑을 오래 생각하면 돌고돌아 "바둑은 조화(調和)" 라고 갈파한 우칭위안(吳淸源)9단의 말에 이른다.

모든 것은 하모니다 (80〓74)143수 끝, 흑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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