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보다폰-만네스만 합병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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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해 세계의 인터넷 및 무선통신업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세계최대 무선통신업체인 영국의 보다폰 에어터치사와 독일 최대 무선통신업체인 만네스만이 3일 사상 최대규모의 우호적 합병에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합병의 주도권을 쥔 보다폰(합병지분 50.5% 소유)은 곧바로 세계를 상대로 한 공격적 영업전략을 선언했다.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BT)등 세계의 내로라 하는 통신업체들은 이에 맞서 다양한 제휴선 모색과 사업영역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합병사는 특히 아시아지역의 시장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어 우리나라 통신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대의 합병규모〓양사의 시가총액을 합할 경우 3천6백50억달러로 세계 기업 인수.합병(M&A)사상 최대규모다. 지금까지 사상최대였던 AOL과 타임워너간 합병규모(3천5백억달러)를 1백50억달러나 능가한다.

런던 증시 시가총액의 10%에 해당하며, 단일기업으로는 세계 4위로 발돋움했다. 상대회사 주식 인수금액으로 따진 규모로도 1천8백30억달러로 AOL과 타임워너간의 1천8백10억달러를 앞선다.

시장점유율도 세계 최고다. 현재 유럽지역 가입자만 3천1백만명에 달하며, 여기에 미국 등 북미지역을 합하면 4천3백60만명의 가입자를 자랑한다. 세계 무선통신시장의 10%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 합병사의 전략〓합병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될 보다폰의 CEO 크리스 젠트는 기자회견에서 "세계시장 공략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이 주 타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께 무선인터넷 시장에 본격 진출,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 고 덧붙였다.

이같은 선언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중국.한국.일본 등 아시아지역 무선통신가입자 확보가 향후 세계 통신시장의 주도권 향배를 결정짓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합병사는 향후 4년내 세계 무선통신 가입자는 현재의 2배인 10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 경우 무선통신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데스크톱을 통한 접속보다 많아져 인터넷과 무선통신이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세계 통신업계 비상〓경쟁관계에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영국 2위의 무선통신업체인 오렌지사의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다폰은 이번 합병과 관련, 유럽연합(EU)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만네스만 소유의 오렌지사 매각을 희망하고 있다.

영국의 국영 통신업체인 BT는 오렌지사 인수만이 보다폰의 시장지배에 맞서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BT는 현재 미국의 AT&T와 맺고 있는 기업데이터서비스 제휴를 강화하고 새로운 무선통신업체와의 제휴도 서두르기로 했다.

프랑스 텔레콤과 이탈리아 텔레콤 모바일, 프랑스의 통신업체인 비방디, 미국의 MCI 등도 보다폰의 시장공략에 맞서기 위해 오렌지사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3일 보도했다.

핀란드 최대 무선통신업체인 노키아는 머독의 뉴스코프와 제휴협상을 벌이고 있다. 노키아측은 앞으로 무선통신 시장의 경쟁력은 무선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 제공에 달려 있다고 보고 세계 유명 콘텐츠 업체들과 적극적인 제휴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최형규.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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