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씨 운영 '부악문원' 지망생 부족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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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설가 이문열씨가 운영하는 개인 서당 '부악문원' 의 지망생이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

부악문원은 문학지망생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공부를 시키는 '엘리트 문학교실' 로 선망의 대상이 돼왔다.

그런데 지난달말 제3기생 모집을 마감한 결과 지망생이 10여명에 그친 것. 특히 서류전형시 제출한 원고지 1백매 분량의 자기소개서만 볼 때 자질이 부족한 지원자도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발인원은 5~10명.

이는 1998년 1기생 모집시 1백58명, 99년 2기생 모집 시 90여명과 비할 때 턱없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부악문원은 2월10일까지 마감시한을 연장하고 지원을 더 받기로 했다.

이씨는 "문예지 등에 모집요강을 광고하면서 그리스 고전을 영어로 읽고 중국 고전을 원전으로 가르친다는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인상을 줘 많은 문학지망생들이 아예 지원을 포기한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이씨는 "사실 원전공부는 1주일중 이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창작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며 "문학지망생들이 원전공부에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 고 밝혔다.

한편 문학평론가 정과리씨는 "한 곳에서 박혀 일생을 걸고 글쓰기에 몰두하겠다고 결심하는 문학지망생들이 사라져가는 추세와 무관치 않다" 고 말했다.

정씨는 "세속화된 가벼운 글쓰기보다 삶을 비추는 글쓰기의 고통을 감내하며 문학의 본령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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