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오염 우려되는 설연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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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설연휴는 '정치적' 측면에선 상당히 걱정되는 기간이다. 오염정치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때이른 진흙탕 싸움에다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까지 겹쳐 선거열기가 일찌감치 고조된 상황에서 맞는 설연휴인 만큼 자연 선거 얘기가 귀성 집안의 화제가 될 게 분명하다.

이런 호기를 금배지 지망생들이 놓칠 리 없다. 시민단체가 낙천.낙선대상 정치인 명단을 발표한데다 선거법 처리 지연으로 싸움터조차 획정이 안돼 현역.신인 가리지 않고 더 기를 쓰며 달려드는 마당이다.

여기에 본지의 보도(2월 3일자)처럼 각급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내놓고 특정후보 선전에 나서는 행태 등도 조기 과열.혼탁 양상을 부채질한다.

게다가 법적으로 금지된 향우회.동창회의 활동까지도 불가피한 현실로 용인하는 듯한 대통령의 언급 등으로 앞뒤 안가리는 불.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이미 적잖은 선물공세와 함께 전개되는 노골적 홍보전은 사태가 얼마나 고약하게 번질지를 가늠케 하고 있다. 총선 후유증과 혼란을 우려하는 게 지나친 기우(杞憂)가 아니다.

공명선거 주체측이 불법을 부추기는 듯한 언사를 서슴지 않고, 단속을 맡은 선관위는 뒷짐을 질 수밖에 없으며 정당과 후보들은 무차별 득표에 나서고 있는데 유권자만 정신차리라고 하면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유권자만은 깨어 있어야 한다. 그게 선심성 공약인지, 음모론인지, 던져진 선물.금품이 독인지를 따져 보고 못된 후보.정당을 추방하는 데 의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한 집안 친인척들이 어울려 '내사람 네사람' 이나 따지다가 우리의 최대 병폐인 지역감정을 심화시켜서는 안된다. 정치오염이 우려되는 설연휴를 오히려 진정한 선거혁명의 계기로 삼는 지혜와 각오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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