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미 대통령선거] 뉴헴프셔 예비선거…메케인 압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1일 저녁(현지시간) 끝난 뉴햄프셔의 예비선거 결과는 미국의 향후 대선가도를 또다시 예측 불가능 상태로 돌려놓았다.

접전을 벌이리라던 당초 예상을 깨고 공화당에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49%대 31%라는 압도적 표차로 눌렀다. 민주당은 또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47%를 획득해 52%를 얻은 앨 고어 부통령을 바짝 뒤쫓았다.

공화당에선 1, 2위 주자가 역전되고 민주당에선 1위가 결코 마음놓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향후 미 대선은 갈수록 불꽃을 튀기게 될 전망이다.

이번 예비선거의 가장 큰 승자로 부각된 매케인 상원의원은 "뉴햄프셔 예비선거는 끝났지만 전국적인 성전은 비로소 시작됐다" 고 기염을 토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아예 포기했던 그는 이번에도 부시에게 뒤지면 중도 탈락해야 할 처지였는데 기사회생한 것이다.

그는 오는 10일부터 컴퓨터 대화방을 개설하고 1백달러씩 기부하는 유권자와 직접 채팅을 갖는 등 부시보다 훨씬 뒤진 선거자금 모금에 박차를 가하면서 장기전을 계획하고 있다.

부시는 "이번엔 졌지만 미국 전역에서 선거를 남겨두고 있다. 내가 갈 길은 아직 멀다" 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막강한 자금력과 당 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도 큰 표차로 졌기 때문에 갈길이 험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정치분석가들은 그가 매케인의 도전을 과소 평가했고 투표 직전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뉴햄프셔로 부른 게 화근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독립적인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은 유약한 정치 상속자란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고어 부통령이 압승은 못했으나 아이오와에 이어 연승함으로써 브래들리의 추격을 일단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몇주 전까지만 해도 뉴햄프셔에서 브래들리에게 밀렸던 판세를 뒤집었다는 데 고어 진영은 의미를 두고 있다.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은 이번 패배가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연속된 패배로 앞으로의 선거전이 쉽지는 않게 됐다.

◇ 향후 일정〓전당대회 대의원이 각각 2천여명과 3천여명인 민주당과 공화당은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예비선거를 통해 각각 69명(민주)과 42명(공화)을 선출했다.

민주당은 다음달 7일의 '슈퍼 화요일' 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다. 그러나 공화당은 오는 7일부터 이달말까지 델라웨어.미시간.버지니아 등 6개 지역에서 예비선거를 치른다.

다음달 7일의 슈퍼 화요일엔 캘리포니아(민주 3백67명/공화 1백62명).뉴욕(2백43/1백1).오하이오(1백46/69).매사추세츠(93/37) 등 11개 주에서 예비선거가 치러지고 워싱턴주 등 6개 지역에서 코커스가 있다.

미니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3월 14일에도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6개 지역에서 예비선거가 실시된다.

예비선거는 오는 6월 6일까지 계속되지만 3월 7일이면 각 당의 대의원 절반 이상이 확정되고 3월 14일까지는 70%가 선출돼 사실상 예비선거 시즌이 마감된다.

그뒤 공화당은 7월 3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민주당은 8월 1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연다.

맨체스터〓김종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