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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지연…출마 예정자들 지역활동 못해 속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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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또다시 미뤄짐에 따라 4월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특히 정치 신인들은 지역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왜 정치를 확 바꿔야 하는지 실감하고 있다" 고 말했다. 여야 3당도 공천심사를 선거법 처리 뒤로 미루는 등 선거대책을 전면 손질하느라 부산하다.

◇ 현역 의원.출마 희망자들의 불만〓한나라당 노기태(盧基太.창녕)의원은 창녕이 밀양에 합쳐질 것이 확실해 고심 중이다. "밀양쪽 인구가 창녕의 두배가 돼 차라리 다른 곳에서 출마할까 생각까지 든다" 고 말한다.

민주당 중진 이협(李協.익산을)의원은 2일 익산에 내려갔다. 익산은 인구 상한선이 35만명(선거구획정위 안)에서 31만명(한나라당 안)으로 내려오면 갑.을 선거구가 유지되는 지역. 李의원은 "선거를 70여일 남겨두고 지역구 활동조차 시작 못하기는 처음" 이라고 말했다.

"설날 전 뿌려야 할 의정보고서를 발송도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權五乙의원.안동갑), "광명갑.을 통합에 대비하다 보니 노력이 두배가 아닌 4~5배나 드는 것 같다. " (한나라당 孫鶴圭전의원.광명을) 하지만 정치 신인들은 사정이 더 어렵다.

성동을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는 임종석(林鍾晳)전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기성 정치인은 의정보고.당원단합대회라도 하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못해 답답하다" 고 토로했다.

역시 성동을을 노리는 개그맨 김형곤씨도 "성동갑.을이 합쳐질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고 말했다.

정진석(鄭鎭碩)자민련 공주지구당 위원장은 "지역을 돌면 '공주와 연기가 합쳐지느냐' 는 질문부터 한다" 며 "유권자 성향 분석 등을 통한 짜임새 있는 선거준비는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고 말했다.

◇ 각 당 선거대책 손질〓민주당은 공천심사를 8일 이후로 미뤘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후보 공천 등 모든 선거대책이 헝클어졌다" 고 말했다. 본격적인 공천은 이달 중순께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인제(李仁濟)선거대책위원장이 지휘할 권역별 선대위 발족도 늦춰졌다.

자민련은 15일 중앙위원회에서 이한동(李漢東)총재를 선출한 뒤 공천작업에 나설 방침. 그러나 의원들은 조직책 선정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이번 주말까지 윤곽을 잡으려던 공천작업을 1주일쯤 미뤘다. 선거구 재조정과 계파간 충돌 가능성이 작은 지역만 우선 작업을 벌일 방침.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달초부터 지구당 개편대회를 통해 '바람몰이' 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이를 중순 이후로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 '네탓' 공방〓민주당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한나라당이 국회 선거구획정위 안(지역구 26곳 감축)을 거부한 것은 반(反)개혁" 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공동여당간 이견으로 선거법 처리가 안됐다" 며 "자민련이 제몫 챙기기에 열중했기 때문" 이라고 받아쳤다.

그러나 자민련측은 "선거법 처리 무산이 마치 우리 당의 책임인 양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적반하장" (李良熙대변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전영기.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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