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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 리포터팀’ 특별기획 ②] 당신의 ‘인생 2막’ 매직넘버는 무엇입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은퇴준비 4050부터 시작했죠”
은퇴 후 꿈 구체적으로 품고 준비해야

이 기획은 진정한 은퇴준비에는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PCA 생명보험 ‘매직넘버 캠페인’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원로 언론인으로 구성된 6070 리포터팀이 발로 뛰며 직접 취재했습니다.

중견기업 CEO를 그만두고 빵을 굽고 책을 파는 북 카페를 차렸다. 65세 정년이 보장된 대학 박물관 학예실장을 반납하고 생명과 평화를 중심에 둔 시민단체 결성에 앞장섰다.

외국계 은행 중견간부에서 물러난 후 해외 출장에서 익힌 초콜릿 수집 취미를 살려 박물관을 세웠다. 공직시절 취미였던 사진촬영 특기를 살려 퇴직 후 환경연합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은퇴 후 고향의 이장 직을 자원해 휴양마을로 발전시킨다.

주부사원의 경험을 밑천 삼아 베이비시터 파견 업체를 차린다. ‘밥, 꿈, 일’의 조화- ‘돈과 일’을 갖고 젊은 시절의 꿈을 이룬 이들을 소개한다.

서재경 SPR경영연구소 대표
“보람된 삶 위해 꿈을 사냥하라”

서재경 SPR경영연구소 대표

50대 초반에 은퇴한 서재경(62) SPR경영연구소 대표. 그는 지방인재 취업 돕기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 “돈만으로 행복한 노후를 꾸릴 수 없다. 은퇴 후 보람된 삶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먹이 사냥터인 직장을 그만두면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꿈 사냥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대우그룹 부사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후 대우그룹이 표류할 때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표를 던졌다. 그는 대우를 떠나기 전 ‘할 일’을 구상해 뒀다. 짧지만 경제기자로 5년 동안 일한 경력과 대우에서 22년간 중남미 등 해외를 누빈 노하우로 기업경영 자문을 할 작정이었다. 그런 구상을 실천에 옮겨 경영연구소를 차렸다.

또 ‘영 리더스 아카데미’를 세워 지방인재들의 취업을 도왔다. 그는 이런 공을 인정 받아 지난해 희망제작소가 제정한 제1회 ‘해피 시니어 어워즈’ 희망 씨앗상을 받았다. 서 대표는 “40대부터 계획과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학력과 여건이 취약한 호남 지방대 출신들을 돕기 위해 영 리더스 아카데미를 세웠다”고 말했다.

영 리더스 아카데미는 2004년 그의 고향인 목포대에서 먼저 문을 열었다. 처음엔 학생들이 모이지 않았다. 실망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05년 광주 전남대 강의실을 무료로 빌려 정식 출범했다. 운영비는 사재를 털어 충당했다. 수강료를 받지 않아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후원자가 생겨 지금은 서울에 아카데미 문패를 달 정도로 궤도에 올랐다. 비록 적은 숫자지만 지방학생들이 일자리를 구해 인사 왔을 때 보람을 느낀다. 그는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政經塾)을 모델로 영 리더스 아카데미를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쓰시타 정경숙은 ‘경영의 신’이라고 불린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일본의 리더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서 대표는 “마쓰시타는 90을 넘은 고령에도 쉬지 않고 인재를 양성했다”며 “마쓰시타의 좌우명은 ‘도전해야 성공한다’였다”고 들려줬다.

보람찬 노후 설계를 위한 매직넘버는 은퇴 후 할 일을 숫자로 정하는 것이다. 서 대표의 매직넘버는 ‘7300820’이다. 7=70세까지, 300=300명의 인재를 ‘영 리더스 아카데미’를 통해 양성하자는 것이다. 또 8=80세까지, 20=20권의 유익한 책을 저술하는 것이 목표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야”

김종헌 ‘마음의 평화’ 카페 대표

김종헌·이형숙 부부‘마음의 평화’ 카페 대표

춘천시 석사동에 있는 북 앤드 베이커리 카페 ‘피스 오브 마인드’(마음의 평화)는 책과 음악과 구수한 빵 냄새가 조화를 이루는 레스토랑형 문화공간이다. 면적 330㎡ 중 빵 굽는 시설을 뺀 나머지 공간에 60개의 의자를 앉혀 책을 보며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할 수 있게 서재형 및 화랑형으로 식당을 꾸몄다.

주 메뉴는 허브 빵과 피자·파스타·스테이크·전통 떡·한과 등. 춘천의 조용한 문화명소로 알려졌고 서울 등 외지의 단골손님도 적지 않다. 이 카페는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던 남영산업 부회장 겸 비비안 인터내셔널 회장 김종헌(62)씨가 입사 27년 만인 2000년 53세 때 회사에 사표를 내고 차렸다.

부인 이형숙(57)씨는 빵공장 사장 겸 주방 책임자다. 카페 현관에 들어서면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만 권의 책을 읽고 만리 길을 여행한다)라고 쓴 송천(松泉) 정하건(鄭夏建)의 예서체 휘호가 눈에 들어온다. 홀 안으로 들어서니 서가가 사방을 둘러쳐 있고 칸마다 책이 빽빽하다.

고서에서 신간까지 1만5000여 권. 여기에 서예작품이 800여 점, 음반이 3000여 장이 넘는다. 귀중본으로 조선시대에 간행된 목판본 삼국지·삼강행실도·대승기신론 등 수없이 많다. 김씨가 지난 40여 년간 모은 것들이다. 김씨는 “북카페의 꿈을 갖게 된 것은 남영산업 뒤셀도르프 지점장으로 있던 1980년대 초”라고 말한다.

“옛 성주의 서재를 리모델링해 레스토랑이나 카페로 꾸민 것을 보고 아내와 함께 은퇴 후 북카페를 내자고 다짐했어요.” 서예와 책을 좋아해 수집벽이 있던 김씨는 뜻을 굳힌 뒤 더욱 열심히 책과 작품을 모았다. 부인 이씨는 4대째 내려온 헤라클레스라는 정통 독일빵집에서 3년간 도제식으로 배웠다.

귀국 후에는 제과기술학교에서 공부하고 미국 제빵연구소에 유학, 연수했으며 다시 세 대학에서 조리와 식품가공학을 공부했다. 준비가 끝나자 김씨는 사표를 낸 뒤 3년을 더 준비한 끝에 2003년 8월 북카페를 냈다. 김씨는 북카페를 운영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부지런히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대로 이미 네 권의 책을 썼다.

그는 “한평생 사는 데 은퇴는 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일’ ‘제2의 직업’ ‘새로운 시작’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이라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1968년 4월 육군에 자원 입대할 때 받은 군번 11889192를 자신의 인생을 성공과 행운의 길로 이끄는 마법의 매직넘버로 생각하고 있다.

“이 숫자는 우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했음을 상징할 뿐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담고 있어요.”그는 11889192을 ‘소박하게 하루하루(1 1=日日)를 힘차게(8 8=팔팔하게) 살면서 내 한 몸과 마음을 제대로 갖춘(구일:俱一) 다음, 둘이 함께 잘 사는 구이(俱二)의 삶’으로 풀이했다.

즉 하루하루를 성실하고 힘차게 살아가면서 자신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며 나아가 아내·가족·이웃과 더불어 잘 살기를 꾀한다는 것. 이것이 북카페를 차린 참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6070 리포터팀’

김성호 active6070@naver.com 한규남 kyunam1936@naver.com
이두석 leeds39@naver.com 정규웅 jqw917@hanmail.net
김재봉 tailorbird@hanmail.net 신종수 jss203@hanmail.net
곽태형 knaltang@naver.com, http://www.inah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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