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오일 '고유가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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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주춤해졌지만 올 들어 국제 원유값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정유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휘발유 등 석유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들은 수입 자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는 반면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수출하는 SK㈜.LG칼텍스정유 등 국내 정유회사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의 석유 수업사인 타이거오일은 8일 오전 현대오일뱅크와 업무제휴를 맺고 "그동안 해왔던 석유수입업을 중단한다"며 "40개 직영 주유소에 현대오일뱅크의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타이거오일은 2000년 초 국제 유가 하락에 힘입어 직영 주유소를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17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사 직전인 석유 수입업체=현재 산업자원부에 석유 수입업체로 등록된 회사는 40여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10여곳에 불과하다. 올 상반기에만 휴론.오일코리아 등 6개 업체가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석유수입사들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2.4%로 급락해 지난해 같은 기간(5.9%)의 절반도 안 된다. 내수 판매실적은 1209만배럴에서 422만9000배럴로 급감했다. 석유수출입협회 김철안 사무국장은 "국제 시장에서의 완제품 가격은 원유가격 상승분의 최고 두배까지 오른다"며 "특히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국내 정유사보다 떨어지는 수입사들은 휘발유의 경우 ℓ당 10~20원 정도 싸게 판매해왔는데 수입원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어 업계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황 누리는 국내 정유사=올 상반기 SK㈜.LG칼텍스정유.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인천정유 등 국내 5대 정유사의 전체 영업이익(법인 기준)은 약 1조976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9639억원)에 비해 1조125억원이나 늘었다. 매출액은 23조4651억원으로 지난해(20조4314억원)에 비해 3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계속 될 경우 석유수입업체들의 상당수가 국내 정유사로 흡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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