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 "기름 비싸도 차는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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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뉴욕 타임스는 7일 국제 유가 급등 이후에도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및 운전 행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보도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병원에서 일하는 폴 케스버그는 "운전은 내 직업과도 관련돼 있고 내 삶의 즐거움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름값을 아낄 수는 없다"며 "대신 다른 소비를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민간 자동차 서비스업체 '트리플 A'의 조사 결과 6일로 끝난 노동절 연휴에 80㎞ 이상을 여행한 미국인 3410만명 가운데 2870만명은 자동차로 움직였다고 전했다. 초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허머'의 판매량이 줄긴 했지만, 기름이 많이 드는 레크리에이션 차량(RV)의 판매는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 늘었다. 에너지정보청(EIA) 조사에선 지난달 미국의 휘발유 소비량이 942만1000배럴로 1년 전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국제유가는 지난 1년간 30%나 올랐지만 미국 휘발유 가격은 그만큼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IA가 조사한 8월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53ℓ)당 1.86달러로 지난해보다 10센트 정도 올랐다. 정유업체들이 수요에 맞추기 위해 생산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소비자들이 기름값 상승의 부담을 다른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대신하는 통에 유통업체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주 월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8월 판매실적이 크게 나빠졌다며 이를 유가 상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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