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美 금리인상등 증시에 파장 미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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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설날을 앞둔 세계는 2000년1월1일을 며칠 앞두었던 때 만큼이나 요란하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30회총회가 대표적인 무대다. 클린턴 미국대통령.블레어 영국수상 등 30여개국 정상들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2천여명의 세계 정.재계 지도자들이 모여든 이번 총회의 주제는 '새로운 출발, 변화를 위하여' 다.

클린턴은 지난 주말 총회 연설에서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을 통한 세계화' 를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총회장 밖에서는 1천여명 이상의 시위대가 '반(反)세계화' 피켓을 들고 경찰과 충돌했다.

새천년 벽두의 소란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세계화' 나 '새로운 출발' 은 이처럼 늘 박수만 받는 것은 아니다.

다보스가 아니라도 세계경제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주말 미국 증시는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폭락했다.

미국 금리는 최근들어 경기과열과 인건비상승 부담이 커지면서 이번주 중에 당초 예상치(0.25%포인트)보다 높게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로화가 연일 최저치 기록을 깨며 추락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금리나 주가가 이번주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다. 1월 내내 고전했던 국내 주가는 지난 주말 다소의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우채 환매 등 국내외 여건을 들어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권유하고 있다.

금리나 환율은 지난주 후반들어 지표상으로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돈이 은행의 수시 입.출금식 예금등 단기 고금리상품에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자금흐름이 자꾸 단기화할수록 금융기관의 자금 운용, 나아가 기업들의 장기자금 조달이 모두 어려위지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주중에 발표될 1월 무역수지도 관심꺼리다. 일각에서는 연초부터 수입이 급증하면서 월별로는 2년여만에 처음으로 무역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한달 적자났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지만 올해 무역여건을 검토해볼 계기는 될 것이다.

항공기.발전설비 등과 함께 정부의 7대 구조조정사업중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유화부문 빅딜은 결국 실패로 끝날 전망이다.

구정 전에 다시 입찰제안서를 발송하게 될 대우자동차 만큼은 이같은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인터넷 바람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주 한국을 대표하는 11개 대기업들이 인터넷 공동마케팅에 합의했다. 이젠 크고 작은 모든 기업들이 인터넷 사업에 나서고 있다.

클라우스 슈반 다보스총회 의장은 지난 27일 개막연설에서 "인터넷과 유전자혁명이 세계를 변화시킬 두개의 기본적 힘"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회에 제출된 여론조사결과는 "인터넷이 세계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것" 이라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모두가 승자가 되는 인터넷 활용방안은 없을까. 이번 설연휴기간 중에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손병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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