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늘 좀 되네 …” 모비스 김효범 태풍을 잠재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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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박종천(오른쪽)이 28득점을 넣은 동료 김효범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김효범은 3점슛 7개 중 6개를 적중시키면서 전태풍을 압도했다. 특히 3쿼터에 13득점을 올리면서 KCC의 추격을 따돌렸다. [전주=연합뉴스]

검은 머리 외국인이 곱슬머리 한국인을 이겼다. 모비스가 12일 전주 원정에서 4연승을 달리던 KCC를 87-84로 격침시켰다. 모비스는 7승5패를 기록, KCC와 함께 공동 4위가 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해외에 있는 한국 농구 자원들을 데려와 한국 프로 농구의 수준을 높이려 두 차례 시도했다. 첫 시도는 동포를 불러 모으는 것이었다. 2005년 ‘부모가 모두 한국 출신이면 외국 국적이라도 국내 선수로 본다’는 조항을 만들어 동포들을 국내 드래프트에 참가시켰다. 캐나다 국적의 뛰어난 기량을 가진 브라이언 김(김효범)을 뛰게 하기 위해서였다. 국적은 상관 없었다.

김효범은 전체 2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했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김효범은 팀을 중시하고 조직적인 한국 농구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부모 모두 한국인이라 한국 말이 능통했고 정서에도 익숙했다. 곡절 끝에 지난 시즌엔 모비스의 주력 선수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으로 귀화하지 않아 대표팀에 발탁되지는 못했다. 그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KBL의 두 번째 시도는 혼혈선수였다. 지난해 혼혈 선수들을 불러 모아 따로 드래프트를 했다. 한국으로 귀화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그중 1번으로 뽑힌 선수는 전태풍(KCC)이었다. 그는 “한국에 있는 가드들도 잘하지만 나보다는 한 수 아래”라고 자신했고 최근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드래프트 2순위 이승준(삼성)과 3순위 문태영(LG)도 코트를 휩쓸고 있다. 올 시즌 곱슬머리 한국인들의 활약으로 검은 머리 외국인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날은 달랐다. 김효범이 전태풍을 잘 막았다. 화려함은 전태풍이 낫지만 높이는 김효범(1m95㎝)이 좋다. 1m80㎝의 전태풍이 힘겨워했다. 김효범은 공격에서는 3점슛 7개를 던져 6개를 성공시키는 등 28득점했다.

전태풍도 그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74-77로 뒤지던 종료 4분 전부터 팀의 8득점을 혼자 해냈다. 돌파를 하고 3점을 던지고 자유투를 얻어내고 어시스트를 하면서 종료 1분 전 84-83으로 역전시켰다. 4쿼터에만 11득점이었다. 86-84로 뒤진 종료 10초 전 허재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러 전태풍에게 공격을 지시했다. 종료 3초 전 전태풍은 골 밑을 뚫었다. 그러나 슛을 실패했다.

김효범은 “간혹 이렇게 잘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고 말했다. 전태풍은 19득점·5어시스트를 했다. 한편 LG는 창원에서 34득점한 혼혈 선수 문태영의 활약으로 삼성을 91-82로 꺾고 9승4패가 됐다.

성호준 기자

◆프로농구 전적(12일)

▶창원 LG(9승4패) 91-82 삼성(5승6패)
▶전주 모비스(7승5패) 87-84 KCC(7승5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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