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새장편 '자전거를 타는 여자'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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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히말라야를 여행하던 소설가 김미진(39)씨가 노랑머리로 서울에 나타났다.

신작 장편 '자전거를 타는 여자' (중앙M&B.7천원)의 발간에 맞춰 일시 귀국한 것.

그가 두 번이나 작심하고 네팔의 산간오지를 헤매고 온 것은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

'자전거를 타는 여자' 가 사랑에 빠진 남자가 히말라야를 오르는 전문산악인이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소설에서 외치고 싶었던 것은 '지고(至高)한 사랑' 이다.

그래서 작가는 남자 주인공을 산악인으로 만들어 세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정상까지 올라가게 만든다.

주인공은 정상에 올라 사랑의 글을 눈 속에 파묻고 사라진다.

'나의 정상은 바로 당신이었소. 당신을 만나고 뭔가 부활했소. 그건 사랑이오. '

그런데 작가가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은 사랑은 불륜(不倫)이다.

남자 주인공은 산에 목숨을 걸었기에 결혼을 하지않는 산사람이고, 여주인공은 적당히 성공한 중소기업 사장의 아내. 자전거는 두 사람을 만나게해주는 매개물이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불륜이 가장 강렬한 사랑 아닐까요. 어쩔 수 없이 몰려오는 사랑인데, 사회나 질서가 극구 막는 것이 불륜이잖아요. 그렇게 막으니까 더 강렬하죠. "

작가는 윤리 이전에 사랑이 있고, 불륜을 그 사랑의 여러 형태 중 가장 강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렬함을 강조한 때문인지 작가는 남자 주인공의 죽음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 여자 주인공의 죽음으로 얘기를 마친다.

산을 배경으로 삼은 데도 이유가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본능적으로 붓을 날립니다. 그런데 붓 자국 하나가 작품을 결정하죠. 화가는 붓 놀림 하나하나에 자신의 전부를 겁니다. 산악인도 마찬가지에요. 정상에 다가가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자신의 운명을 걸잖아요. 그런 점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저와 비슷해 오래 전부터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생각해왔습니다. "

김씨는 강렬하고 치열한 것들을 즐기는 듯하다.

자전거도 산악자전거를 즐기고, 네팔에 가서도 오지만 골라 다녔다.

하루 10시간씩 걷다보면 발목 위부터 허리까지 모두 붓지만 다음날 다시 강행군을 계속했다고 한다.

갑자기 노랑머리가 깡마른 몸을 태우는 불꽃의 끄트머리처럼 보인다.

김씨는 2월말 다시 네팔로 들어가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 라사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그 곳 사람들의 얘기를 성인용 동화로 내놓을 작정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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