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경찰, 미얀마 카렌족 반군 인질범 과잉진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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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태국 경찰특공대가 미얀마 카렌족 반군의 병원 인질극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투항하는 범인들을 현장에서 총살하는 등 과잉 대응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태국 경찰은 '신의 군대' 소속 16명이 의료진 파견 및 국경개방 등을 요구하며 라차부리 병원을 점거한지 22시간만인 25일 새벽 기습작전을 펼쳐 진압했다.

태국 당국은 이 과정에서 반항하는 10명의 범인이 사살됐으며, 치안군도 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5백여명의 인질 중 사상자는 없었다.

하지만 일부 목격자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치안군이 투항한 범인들의 옷을 벗기고 일렬로 꿇어 앉힌 뒤 뒤통수에 총을 쏴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인질들에 따르면 범인들은 애초부터 진압군에 대항하려는 생각이 없어 보였다는 것. 치안군이 진입하자 범인들은 인질들의 투항 권유에 순순히 동의했다는 게 목격자들의 얘기다.

한 인질은 "범인들이 맞서 싸우기로 했다면 인질들이 무수히 다쳤을 것" 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진압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태국 당국은 '현장 총살설' 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추안 리크파이 총리는 "만일 우리 군인이 죽었다면 더 큰 비난이 쏟아졌을 것" 이라며 과감하고 신속한 진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태국 경찰특공대는 과거 몇차례 인질극 진압과정에서 범인들을 모두 사살한 전력이 있다.

따라서 범인들을 살려둘 경우 이들의 신병을 둘러싸고 제2의 인질극이 벌어질 것을 우려, 아예 싹을 잘라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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