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야마다기미오-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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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잘나가던 야마다 52수에 뒷덜미

제3보(37~58)〓백◎쪽을 태연히 방치한 채 △로 실리를 챙겨 버린 야마다7단의 기백이 강렬하다. 무표정한 李9단의 눈매에서도 가을 서리 같은 냉기가 묻어나고 있다.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창호는 공격할 것인가.

李9단은 그러나 15분을 숙고한 뒤 41까지 평범하게 움직인다. 공격은 곧장 승부가 될 공산이 크다. 야마다는 내심 그걸 원할 것이다. 그러므로 공격하지 않는다.

42. 야마다는 좌변을 지킬 뿐 대마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李9단은 그러나 여전히 화내지 않고 43으로 들어가 다시 한번 참는다.

42로 '가' 에 두었더라면 흑은 들어갈 곳이 없어 하는 수 없이 공격에 나섰을 것이다. 백은 챙기고 흑은 참고…. 재미있는 흐름이다. 그러나 잘 보면 이건 이창호 쪽이 괴로운 흐름이다.

50은 왜 '나' 에 두지 않았을까. 이건 쉬운 수인데 야마다7단은 약간 흥분한 듯 방향착오를 범했다.

51. 이창호9단이 드디어 공격에 나섰다. 27분의 대장고 끝에 공격 아니면 길이 없다고 본 李9단이 모처럼 칼날을 높이 치켜들었다.

수비에 강한 야마다는 바로 이걸 기다렸다. 한데 거의 노타임으로 둔 52가 엄청난 실수가 되고 말았다. 겉으로 볼 때 52는 용감한 수고 53은 후퇴한 수다.

그러나 이 한 수의 교환이 잘나가던 야마다의 뒷덜미를 잡을 줄이야! 58에 두면서 야마다의 얼굴이 비통하게 일그러지고 있다.

정법은 '참고도' 백1, 3이지만 지금은 4로 끊겨 뒤가 없다. 흑▲의 효과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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