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추적 서비스 문제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폭력.음란 전화를 방지하기 위해 9월부터 '발신자 전화번호 표시 서비스(Caller ID)' 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전화 폭력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에서는 사생활 침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 서비스 어떻게 받나〓지금은 가입자가 전화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자료(녹음테이프)를 제출해야만 발신자 전화 번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가 실시될 경우 전화 가입자가 별도의 이용요금만 내면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바로 볼 수 있다. 전화를 건 사람의 전화번호는 전화기에 부착된 소형 액정 화면에 즉시 나타난다. 액정화면이 없는 구형 전화기에는 별도로 액정화면(어댑터)을 부착하면 된다.

'

정보통신부 송유종 과장은 "자리를 비웠을 때 걸려온 전화가 액정 화면에 최고 20개까지 기록된다" 며 "이중 귀찮은 전화는 다시 걸지 않아도 된다" 고 말했다.

'

정통부측은' 이와 함께' "자신의 전화번호가 수신자의 전화기에 기록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통신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버튼이나 특정 번호를 눌러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발신자 전화번호 비통지(콜 블로킹.Call Blocking)서비스' 도 동시에 실시할 것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 문제는 없나〓발신자 전화번호를 표시하는 것이 개인 사생활 침해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자신의 전화번호가 그대로 드러난다면 거부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콜 블로킹 서비스를 시행하면 문제가 없다" 는 입장이다.

그러나 발신자들이 너도 나도 콜 블로킹 기능을 실행하면 음란.폭력 전화나 전화공해 방지라는 애초의 목적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은 전화협박 등의 피해 당사자가 이를 입증할 경우 통신 사업자가 한 달 동안 발신자 전화번호를 확인해 알려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정통부측은 5개 법무법인에 법률 조언을 구한 결과 현 통비법 하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9월께 서비스가 시작돼도 유선전화 회선 중 아날로그 교환기로 연결되는 전화 가입자(전체 가입자의 22%)는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런 회선들은 2002년까지 디지털화가 완료되는대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