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해외빚 40%만 갚기로…국내채권보다 5%P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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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우사태의 최대 걸림돌이던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이 지난 22일 타결됐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이날 오호근(吳浩根)위원장과 대우해외채권단 운영위원회가 홍콩 만다린 호텔에서 사흘째 마라톤 협상을 벌인 결과 대우의 해외채무를 평균 39~40%의 회수율로 국내채권단이 되사주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수율이 40%면 1천억원을 빌려준 해외채권단의 경우 4백억원만을 찾아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대우는 법정관리를 면하게 됐으며, 대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대우자동차 등 계열사 매각도 가속도가 붙는 등 대우사태가 해결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외채협상 중 해외채권단에도 돈을 잘못 빌려준 책임을 물은 첫 사례" 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협상대상은 해외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우.대우자동차.대우전자.대우중공업과 현지법인 무담보채권 48억4천만달러. 전체 평균 회수율은 39~40%선(표 참조)으로, 당초 국내채권단과 정부가 제의했던 36.5%와 해외채권단의 요구선인 45%의 중간에서 절충된 셈이다.

◇ 아직 고비는 남았다〓협상결과는 자산관리공사(옛 성업공사)가 대우 국내채권을 35%에 매입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4~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정부가 당초 19%를 제시했던 ㈜대우의 경우 회수율이 32.3%로 크게 높아져 이를 두고 해외채권단에 대한 특별대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회수율과는 별도로 ▶지난해 8월 이후 동결됐던 이자 1억3천만달러를 지급하고 ▶대우의 회사사정이 좋아질 경우 회사별.해외채권금융기관별로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주기로 한 것도 국내채권단과 비교해 역차별 소지가 있다.

기업구조조정위측은 이와 관련, "국내채권단과 채무조정방안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비교는 어렵다" 며 "채무조정을 신속히 하기 위해 해외채권단에 현금매각이냐 워크아웃 참여냐의 선택권을 주는 것은 불가피했다" 고 말했다.

남은 절차도 간단치는 않다. 대우 해외채무는 국내채권단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우선 정해진 협상비율에 따라 사들인 뒤 자산관리공사가 이를 시장가격에 따라 되사주는 형태로 정리된다.

해외채권단 전체가 협상내용에 동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국내채권단은 이날 합의내용을 공식문서로 작성, 2월 중순까지 1백96개 해외채권단에 발송하고 개별적으로 수락여부를 통보받을 예정이다.

개별확인절차를 거쳐 채권을 되사주는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려면 일러야 4월초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해외채권단이 반발, 해외 현지법인을 상대로 직접 배상청구소송을 벌일 수도 있다.

◇ 빨라지는 대우처리〓주력 4개사의 워크아웃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우선 ㈜대우는 법정관리설 이후 은행거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영업이 중단됐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대우자동차.전자.중공업도 채권단과의 워크아웃 양해각서(MOU)체결이 곧 이뤄질 전망이다. 양해각서가 체결되면 막혔던 신규자금 지원이 가능해지고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 추진되는 등 기업정상화 수순을 신속히 밟을 수 있게 된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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