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율 … 원가 따져보니 2.2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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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원가가 4%를 넘어 적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가맹점 측은 "카드사들이 원가를 터무니없이 부풀렸다"고 반박한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는 도대체 얼마인지, 절충할 여지는 없는지 들여다 봤다.

◆ 수수료 원가 왜 다른가=국내 카드사들이 실제 적용하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2.25% 정도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실제 원가는 최저 4%에서 많게는 5.58%라고 주장한다.

비씨카드는 최근 "대손비용과 자금조달 비용, 그리고 프로세싱 비용을 포함해 원가가 4.67%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국내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2.5%로 미국(2.1%).영국(1.6%).프랑스(0.81%).호주(2.3%)보다 높다"는 자료를 내놨다.

카드업계는 결제조건과 신용판매의 수익구조가 크게 다른 외국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은 지난 5월 업계 공동으로 수수료 원가를 평균 4.75%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수수료 분쟁의 중재에 나섰던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이나 가맹점업계는 이 수치를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카드업계 모임인 여신금융협회는 "그렇다면 공신력 있는 기관을 정해 원가분석을 또 해보자"고 제안했다.

◆ 비용 누가 떠맡나=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대손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대손비용은 신용카드 사용대금을 고객이 갚지 않아 떼이는 돈이다. KB카드 관계자는 "할인점 등 대형 가맹점이 자체카드를 운용할 경우 부실 부담을 직접 떠맡아야 하는데 그런 위험을 카드사가 대신 지는 만큼 대손비용을 원가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가맹점 측은 "대손비용은 카드사와 카드회원 간의 문제로 그 부담은 카드를 발급해준 카드사가 져야 한다"며 "이를 가맹점에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소시모의 한 회계사는 "수수료에 대손비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맞지만 대손비용이 수수료의 절반을 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조달금리도 시빗거리다. 국내 카드사의 조달금리는 평균 연 7.4%로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LG카드 박해춘 사장은 "카드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카드사는 조달 비용이 2~3%대인 선진국 카드사에 비해 많이 드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맹점 측은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조달금리도 당연히 내려가는 것 아니냐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결제 처리비용은 절충 가능=카드사들은 5만원 이하의 소액결제는 손해라는 주장이다. 바로 '밴(VAN)' 처리비용 때문이다. 카드를 결제하려면 카드사와 가맹점 간에 결제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하는 데 이를 밴사가 중간에 끼여 대행해 주고 건당 80~90원의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는다. 결제 건수가 많으면 이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행히 밴사 수수료는 타협의 여지가 있다. 비씨카드와 이마트는 밴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결제망을 갖추기 위한 협상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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