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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캐는 산골 ? … 연 1억 버는 집도 여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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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금은 보라색 곤드레꽃이 피는 시기. 산채으뜸마을 신성금 부녀회장(앞)이 마을 밭에서 곤드레나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안성식 기자]

“나물 키워 얼마나 벌겠느냐고? 우리 마을에서 한 해 1억원쯤 버는 집이 네 집이야.”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대하리 이용선(60) 이장은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었다. 대하리는 ‘산채으뜸마을(www.sanchae.co.kr)’로 불린다. ‘곤드레 나물’을 특산품으로 키워 팔기 때문이다. 이 나물 덕에 모두들 풍족하게 살게 됐다. 이병기(67)씨는 주머니에서 두둑한 곤드레 나물 온라인 판매전표를 꺼내 보이며 “곤드레 나물이 이렇게 잘 팔려 올해는 대학생 손자 세뱃돈을 20만원 줬드래요(줬어요)”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하리는 전형적으로 퇴락해가는 강원도 산자락 농촌이었다. 90여 명뿐인 주민의 절반이 60세 이상. 옥수수와 감자를 재배하고 마당에 닭 몇 마리 놓아 생계를 잇는 게 보통이었다.

2003년 평창읍내에서 식당을 하던 이용선 이장이 정착하면서 마을이 바뀌기 시작했다. “식당 손님들이 여러 가지 산채 나물 밑반찬 중에 곤드레 나물만 자꾸 더 달라는 거야. 이거 키워 팔면 되겠다 싶었지.”

그는 이웃에게 곤드레 나물을 키우자고 설득했다. 처음엔 다들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산에서 뜯어먹으면 그만인 걸 누가 돈 주고 사겠느냐는 투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성이 통해 한번 해보자고 몇몇 가구가 재배를 시작했다.

첫해가 지나자 주민들 생각이 달라졌다. 소득이 옥수수의 두 배 이상이었다. 가격(냉동 나물 4㎏에 1만6000원)은 옥수수와 비슷하지만, 농약·비료를 주지 않아도 쑥쑥 자라 원가가 별로 들지 않았다. 매년 심어야 하는 옥수수와는 달리 한 번 심으면 3년간 나물 잎을 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농촌진흥청도 주민 대상 강연회를 열어 ‘하던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변화를 해야 잘살게 된다’는 의식을 심었다.

자극을 받아 다들 곤드레 나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판로 넓히기에도 나섰다. 온라인 판매를 하고, 2005년부터는 매년 5월 말~6월 초에 곤드레 나물 축제를 열어 도시민을 초청했다. 마침 불어닥친 웰빙 바람도 탔다. 곤드레 나물에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에 그만인 데다 농약을 전혀 주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먹혔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곤드레 장아찌·김치·차도 개발했다. 곤드레 나물 밥·떡·죽·튀김·국 등 각종 요리법도 만들어 보급했다. 요즘은 5월 말~6월 초에 나는 곤드레 나물을 사시사철 공급하려고 온실재배도 하고 있다.

그 덕에 지난해엔 곤드레 나물을 팔아 억대 소득을 올린 농가가 나왔다. 산채으뜸마을에 따르면 쌀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에서 쌀밥 집을 하다가 ‘평창 곤드레 나물 밥집’으로 이름을 바꾼 곳도 있다. 마을 부녀회장인 신성금(54)씨는 “곤드레 나물로 성공한 덕에 대학과 다른 지역 농협으로부터 초청받아 강연까지 하고 다닌다”고 자랑했다. 이용선 이장은 “앞으로 곤드레 나물을 비롯한 각종 산채 뜯기·맛보기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마을 소득을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평창=권혁주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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