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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聯 '남성간사 1호' 금박병헌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 군가산점제 논란 때 여성들은 통신상에서 엄청난 폭력을 경험해야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온라인상에서의 여성문제를 다루는 일이 저의 임무입니다"

여성단체에 최초의 남성간사가 탄생했다. 올 1월부터 한국연성단체연합에서 정보간사로 일하게된 금박병헌(29)씨가 바로 그 주인공. 다른 여성운동가들처럼 어머니 성(금)과 아버지 성(박)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 여성단체 역사상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남성 간사 1호를 기록하게 됐다.

"대학(연세대 사학과) 재학 중 노래패 활동을 하면서 '운동' 을 하기는 했지만 여성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졸업후 한국성폭력상담센터에서 야간 위기상담 자원봉사를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여성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습니다" 박씨는 졸업후 문익환목사기념사업회.실업극복국민운동본부'.먹거리나누기운동협의회' 등에서 일했다. 도중에 모 모델 에이젼시에 취직을 하기도 했지만 '월급은 많이 받아도 보람을 느낄 수 없어' 그만 뒀다.

여성연합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성폭력상담소에서 함께 야간 상담을 하던 여성연합의 다른 간사들이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하고 지난해 말 이를 받아들이면서부터.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이 급격히 팽창되면서 여성연합에서는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인력이 필요한 상태였죠. 또 이제 남성실무자를 받아들여도 괜찮을 만큼 여건이 갖추어졌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

금박씨는 현재 여성연합을 비롯한 대부분 여성단체들의 홈페이지가 관련 자료를 올리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여성들을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이 자료를 업데이트하는 데만도 시간이 모자라지만 '자원봉사 인력 등이 보충되면 여성들이 보다 많이 머무를 수 있는 재미있는 사이트를 만들 생각이다.

금박씨는 지난해 11월 결혼한 새신랑. 한국성폭력상담센터에서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결혼에까지 이른 부인 방영옥(28)씨는 금박씨의 현재 활동을 잘 이해하고 지지해준다.

부모님 역시 믿고 지켜봐주신다는 것이 금박씨의 설명. 최근 여성단체연합이 총선시민연대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부터는 '열심히 하라' 는 친구들의 격려도 심심치않게 받는다.

"정보공간에서 소외되기 쉬운 여성들을 위해 일하는 것, 그것도 중요한 '마이너 운동' 이지요" 금박병헌씨가 다시 한번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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