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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우즈 천하 마침표 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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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에도 목표는 세계 1위였고, 올해 목표 역시 세계 1위였다. 정말 기쁘다."

▶ 비제이 싱(左)이 마지막 홀 경기를 마치고 새 골프세계챔피언 등극이 확정되는 순간 타이거 우즈(뒷모습)와 악수를 하며 웃고 있다.[노튼 AP=연합]

"지난해에도 목표는 세계 1위였고, 올해 목표 역시 세계 1위였다. 정말 기쁘다."

비제이 싱(41)이 골프 세계챔피언이 됐다. 그의 줄기찬 도전에 264주 동안 계속된 타이거 우즈(미국)의 독주시대는 드디어 무너졌다.

7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 TP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도이체방크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마지막 홀 퍼트를 끝낸 뒤 싱은 특유의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2언더파를 보태 합계 16언더파. 우즈를 3타차 공동 2위로 따돌리며 대회 우승과 함께 세계랭킹 1위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싱은 랭킹 포인트를 48점 보태 평점 12.72점으로 우즈(12.27점)를 앞섰다.

그의 고향은 인구 80만명인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피지다. 독학으로 골프를 익혔고, 30세가 돼서야 겨우 PGA 투어에 데뷔한 늦깎이다. 프로 데뷔(1982년) 초기엔 아시아 투어와 아프리카 투어를 전전하며 더디게 실력을 키워갔다. 한때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에서 클럽 프로로 일하면서 레슨과 골프용품을 팔아 생계를 잇기도 했다. 그러다가 89년 유럽 투어에 입성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 스웨덴 챔피언십과 볼보오픈 등을 제패했다. 그리고 93년 마침내 PGA 투어에 발을 디뎠다.

싱이 PGA에서 살아남는 길은 연습밖에 없었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연습장에서 살다시피해 '연습벌레'라는 별명이 붙었다. 검은 피부와 작은 섬나라 출신이라는 약점 때문에 '비주류'로 취급받던 그는 2000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비로소 톱 클래스에 들게 된다. 지난해 우즈의 상금왕 5연패를 저지하면서 PGA 투어 상금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6승을 거두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투어 선수 가운데는 연습벌레로 쌍벽을 이루는 최경주(34.슈페리어)와 유난히 친하다.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대저택에서 부인, 두명의 아들과 살고 있는 싱은 집에 전용 체력훈련장을 마련하고 일주일에 6일은 세 시간씩 체력훈련을 한다. 20년 동안 꾸준히 해온 체력 훈련이 41세의 나이에 세계 1위에 오른 비결이다. 189㎝의 키에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몸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PGA 투어에만 27경기에 출전해 18개 대회에만 나선 우즈에 비해 아홉 차례나 더 뛰었다. 올해 역시 24개 대회에 출전, 17개의 우즈를 앞질렀다. "모두 강철 체력 덕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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