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꽹과리·확성기 시위 규제 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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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집회나 시위 때 과도한 소음을 낼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도록 집시법 시행령이 개정돼 이달 하순부터 적용된다. 이제 확성기 소음은 주거지역과 학교 주변에서는 주간엔 65dB(데시벨), 야간엔 60dB을 초과할 수 없고 다른 지역에선 주간 80dB, 야간엔 60dB를 넘길 수 없게 됐다. 시위할 권리 못지않게 시위로 피해를 보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바람직한 조치다.

우리의 시위문화는 다른 사람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과천주민들이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확성기 소음의 중단을 요구하는 '역(逆)시위'를 벌이기까지 했겠는가. 시위 때마다 등장하는 확성기.징.꽹과리 소리 때문에 주거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영어듣기 시험을 치르지 못할 정도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는 일은 도처에서 일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라가 데모꾼들의 천국이라는 말을 들어온 것이다.

물론 소음 단속이 지나치면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위축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 있는 것이다. 악을 쓰는 몇명의 집회를 위해 많은 보통사람이 희생될 수는 없는 것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소음 기준을 넘어선 시위에 대해서는 먼저 경고를 하고 그래도 불응한 경우에만 확성기를 압수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의 소음 기준은 일부에서의 우려처럼 지나친 게 아니다. 70dB의 소음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3개월 이상 들으면 청력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독일도 우리보다 엄격한 소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그 자유가 타인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막무가내 식으로 자기 주장만 펼친다면 그런 집회가 무슨 설득력이 있겠는가. 여론이 자유롭고 다양하게 형성되는 풍토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악습은 청산돼야 한다. 이번 시행령을 계기로 우리 시위문화가 정말로 한 단계 성숙돼야 한다. 자신의 권리에 앞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는 시민문화가 정착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