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직접 골라읽는 아이 언어 독해능력 뛰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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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초등학생의 외국어 독해 능력을 키우려면 과외를 시키기보다 스스로 책을 골라 읽게 하라." 홍콩대가 초등학생의 영어와 중국어 독해 능력을 조사해 내린 결론이다. 홍콩대는 지난 4~5월 두달 동안 66개 초등학교 4학년생 4300명을 상대로 외국어 독해 능력 시험을 치렀다.

홍콩에서 쓰이는 말은 사투리인 광둥화(廣東話)로, 중국 표준말인 푸퉁화(普通話)와는 큰 차이가 난다. 시험 결과 집에 책이 많은 학생의 성적이 단연 두드러졌다. 영어와 중국어의 평균 점수는 800점 만점에 각각 381점과 532점. 그러나 집에 영어책을 101~200권 가진 학생들의 경우 평균보다 66점이 많았다. 장서가 200권 이상일 경우엔 무려 77점이나 더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어 쪽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과외는 독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과외를 받는 학생(전체의 44%)은 중국어에선 48%, 영어에서는 39%만이 합격점을 넘었다. 오히려 과외를 받지 않은 학생의 시험 합격률(중국어 57%, 영어의 45%)보다 못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홍콩대 셰시진(謝錫金)교육대학 부학장은 "과외 교사가 억지로 연습 문제를 풀게 하거나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홍콩대는 어린이들의 독해 능력을 키워주려면 ▶공부할 책을 스스로 골라 읽게 하고▶신문.잡지를 많이 접촉하게 하며▶영어.중국어 자막이 들어간 영화.TV 드라마를 많이 보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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